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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19. 2020

[국보 45호] 부석사 소조여래좌상, 부석사 시리즈④

(국보 17~19호까지가 '부석사 시리즈 1~3'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위해 한국사 공부를 기계적으로 꾸역꾸역 머리 속에 넣고 있을 때, 하나의 사진을 보고 내가 암기가 아니라 감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대학교 입학 후 운이 좋게도 1학년 학과 답사 때 그 한 장의 사진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웅장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무교이지만 불교의 절대자 앞에 몸이 굳는 기분. 어느 종교든 절대자를 형상화하려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겠구나 싶었다. 바로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이었다..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은 부석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무량수전에 안치되어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국보 18호입니다.) '소조'라는 뜻은 흙으로 만든 불상이란 뜻이다. 단지 금으로 도색되어 있을 뿐 불상은 나무를 골격으로 흙을 덧붙인 형태다. 불상의 정체는 서방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인지, 현세의 부처인 석가모니인지는 불분명하다. 대개 아미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수인은 석가불의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다.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의 항마촉지인 수인(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의 표정은 인자한 웃음기가 전부 부재하고 오로지 근엄한 표정만을 짓고 있다. 종교적 규율과 교리를 수호하는 엄격한 부처님인 듯하다. 가는 눈은 반쯤 뜨고 있어 중생을 내리보고 있으며 입술은 유독 두툼하게 모여있다. 눈썹과 이어져 있는 콧대도 꼿꼿하다.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은 결코 쉽게 범접할 수 있는 불상은 아니다. 머리에는 육계(부처의 정수리뼈가 솟아  생긴 상투 모양의 장식)가 시선을 끈다. 이 육계는 여타 불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는 없는 것으로 인간계는 물론 천상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다고 하니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크기부터 2.78m로 대한민국 불상 중 가장 큰 불상이다. 옷의 주름도 많이 접혀 있지만 한 겹 한 겹 입체적으로 생생히 살아 있다. 몸매도 안정적이고 근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출처: 탑도리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 뒤쪽의 광배다. 이토록 화려한 광배는 쉽게 볼 수가 없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생 때였던 나는 차라리 화염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광배에 매도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당시 나는 광배의 개념도 알지 못 했기 때문에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의 광배를 화염으로 생각했다.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의 광배는 위의 작은 원과 아래의 큰 원, 두 개가 살짝 겹쳐 있다. 각각 머리와 몸을 비춰준다고 해서 두광과 신광이라고 한다. 두광과 신광 안쪽으로는 보상화무늬, 즉 아주 화려한 식물 모양의 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보상화무늬

   답사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불상 각각이 갖는 특색과 매력을 찾기 힘든 사람이라면 우선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을 보라.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은 초보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길 것이며 나중에 다시 보더라도 처음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을 봤을 때의 묵직함을 연상하게 한다.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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