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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24. 2020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 어루만져주는 감동

    고려시대의 수도는 지금의 개성이었기 때문에 고려시대에는 행정적 중심지가 한반도 북부에 쏠려 있었다. 지금의 남한 땅에서 고려시대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히 나무로 만들어진 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에 남한 땅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은 별로 없다. 딱 5점만 전해지고 있는데 국보 15호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 건축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보 18호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과 국보 46호 부석사 조사당, 국보 51호의 강릉의 객사문 그리고 오늘 글의 주인공 충남 예산의 수덕사 대웅전이다. 워낙 귀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보니 5점 모두 국보로 등록되어 있다.


   수덕사 대웅전은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이지만 충남 예산군 가야산을 포개고 있는 수덕사는 백제 시대에 제작된 사찰이다. 백제 멸망 이후에도 계속 전해지다가 고려시대에 중창되었다. 수덕사 대웅전은 정면 3칸짜리 건물로 직선이 곧게 뻗고 있는 맞배지붕 형태와 주심포 양식을 취하고 있다.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이 그렇듯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은 건축물을 깔끔하게 만들어주어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건축의 인상을 자아낸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국보 13호 강진의 무위사 극락전은 이 수덕사 대웅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사진출처: 문화유산 채널


  수덕사 대웅전은 기둥과 기둥 사이가 넓직이 떨어져 있다. 더군다나 지붕의 비율이 다소 과한 면이 있어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듯한 압중한 인상을 주지만 이는 기둥의 배흘림 양식으로 탄력 있게 만들어주었다.


   수덕사 대웅전은 색감이 맞배지붕/주심포 양식이 만들어주는 간결함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대웅전의 벽면은 아무런 수식 없이 흰색과 노란색 단장으로 저 조용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그것은 그림을 그지 않음으로써 그린 것보다 더 큰 그림효과를 얻어낸 것이다. (중략) 더욱이 가로세로의 면분할이 가지런한 가운데 넓고 좁은 리듬이 들어가 있고, 둥근 나무와 편편하게 다듬은 나무가 엇갈리면서 이루어낸 변주는 우리의 눈맛을 더없이 즐겁게 해준다. 그리하여 수덕사를 답사했을 때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장소는 저 대웅전의 측면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른쪽 꽃밭 한 귀퉁이로 되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단정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이 화려함에 비해 어떻게 더 예술적인지 의심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화려한 것이 결코 추하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로 단정한 멋이 볼품 없는 것도 아니다. 수덕사 대웅전처럼 단정함의 끝을 찍고야 마는 아름다움은 화려한 장식성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고유의 정숙함과 편안함이 있다. 감동이란 내 마음을 요동치기도 해야 겠지만 내 마음을 한없이 어루만질 수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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