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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Feb 29. 2020

[국보 53호] 구례 연곡사 동승탑, 승탑의 꽃

    섬진강이 만들어주는 동화 속 세상 중 하나인 전남 구례. '섬진강'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인 김용택의 시의 구절을 빌려오자면 섬진강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이 피는 곳이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피아골의 자락에 동화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절이 구례의 연곡사다. 연곡사는 통일신라에 창건되었고 고려까지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조 임진왜란 때에 왜병들에 의해 전소되어버렸고, 다행히 전후 서산대사의 제자 소요대사가 다시 사찰을 중창했다. 구례 연곡사는 구한말 의병들의 비밀기지로도 사용됐고 6.25 전쟁 때 폐사되었다. 이후 차츰 다시 중창되다가 1980년대에 확장되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우관스님이 바로 이 연곡사의 주지스님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탑에는 부처를 위한 탑과 승려들을 위한 탑이 있다. 후자를 주로 승탑, 혹은 사리탑이라고 한다. (부도라는 건 잘못된 표현이다.) 특히 구례 연곡사의 승탑들은 하나같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중 가장 뛰어나다고 의견이 합치되는 작품은 국보 53호에 해당하는 구례 연곡사 동승탑이다. 구례 연곡사 동승탑은 '승탑 중의 꽃'이라고도 한다. 


   연곡사 동승탑의 아랫부분은 팔각기단에 연꽃이 승탑의 몸체를 받치고 있다. 몸체는 승탑의 전형대로 팔각기둥이다. 지붕돌은 얇지만 넓게 퍼져 있고 지붕의 곡선이 요염할 정도로 휘어져 있다. 상륜부의 조각장식들도 섬세하고 탄력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기단부에는 사자들이, 연꽃받침대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선녀들이, 몸체에는 사천왕들이 조각되어 있다.

연곡사 동승탑 기단부 (사진출처: 출사코리아)
연곡사 동승탑 상륜부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연곡사 사리탑은 날렵하고 경쾌한 형태미를 자랑하지만 가볍거나 들떠 있다는 느낌이 없다. 앙증맞고 발랄하지만 되바라진 데도, 새침한 데도 없다. 귀엽고 명랑하고 예쁘기 그지없지만 젠체하는 구석이 없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사진출처: 우리문화신문


연곡사 동승탑 근처에서 탑비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심한 마모 상태로 인해 내용 해독이 불가하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이 승탑의 주인을 알 수가 없으나 도선국사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사기> 3권 책표지가 구례 연곡사 동승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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