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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01. 2020

[국보 54호] 구례 연곡사 북승탑, 유일한 혹평작?

([국보53호]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국보 54호는 구례 연곡사 북승탑이라고 알려진 '현각선사탑'이다. 동승탑과 달리 승탑의 주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의 이름을 따 '현각선사탑'이라고도 부른다. 북승탑인 현각선사탑은 동승탑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아주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상륜부의 장식이 아주 미세하게 다르고, 기단부도 북승탑은 각진 이미지를 피하려고 했으며, 조각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북승탑이 동승탑을 모방한 작품이지만 동승탑만큼의 자태가 뿜어져 나오진 않는다.


유홍준 교수는 동승탑을 찬미한 이후 모방작 북승탑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만약에 현각선사탑(북승탑)을 먼저 보았다면 우리는 그 형태미와 조각의 섬세함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완벽한 조형미를 보고 온 터인지라 이런 모방자양식엔 감동은커녕 실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맹목적인 모방은 미움이고 실패일 뿐이라는 교훈을 새기는 현장으로 연곡사만한 데가 없다고 생각하며, 미술사적 안목의 훈련과 시험장으로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보 53호 동승탑(좌), 국보 54호 북승탑(우)


오히려 전문가들은 비록 국보에 등재되진 못한 구례 연곡사 서승탑, 이른바 소요대사탑을 더 친다고 한다. 기본적인 양식은 동승탑의 틀을 따르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아주 익살스러운 시도를 통해 모방과 변주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연곡사 서승탑 소요대사탑(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다만 문화재청에서는 국보 53호인 동승탑과 더불어 통일신라 말기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호남지역이라는 공간적 개성을 대변해주는 사료로서 가치를 파악하고 있기에 국보로 등재하였다.


연곡사 북승탑 현각선사탑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구례 연곡사는 승탑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찰이다. 이중 최고작인 동승탑을 승탑의 꽃이라곤 하지만 다른 승탑들 역시 국내 승탑들을 도열해놓으면 상위권에 뽑히는 승탑들이다. 이미 연곡사에는 절대 시들지 않은 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섬진강과 구례 연곡사는 매화가 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매화가 약속을 어기지 않고 찾아오는 그맘때쯤 구례 연곡사는 꽃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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