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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04. 2020

[국보 55호] 보은 법주사 팔상전, 단 하나의 목탑

   단언컨대 불교는 가장 다양한 예술을 자극한 종교이다. 어느 종교든 신전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건축예술을 조장하고, 우상숭배를 하는 곳에선 조각 혹은 공예 예술이 꽃을 피웠다. 단 불교의 탑은 다른 종교에선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종교조형물이다. 인도에서 불교가 창시되고 동시에 '스투파'라는 일종의 탑문화가 만들어진 이후 중국으로 넘어갔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일본으로 전해졌다. 같은 종교더라도 국가별 혹은 지역별 특수성과 결합되면서 조금씩 다른 불교가 만들어졌고, 이는 불교미술도 마찬가지였다. 이중 스투파(탑) 문화는 중국의 경우 전탑이, 한국의 경우 석탑이, 일본의 경우에는 목탑이 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그렇게 석탑이 많은 것이다. 단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가 처음 불교를 공인했을 때는 목탑만을 세웠다. 한국은 화강암 지대라 차츰 목탑 양식이 석탑 양식으로 넘어갔고, 목탑은 재질 상 오랜 세월 버티기 힘들고 전란 중에 화재로 소실되기 일쑤였다. 


   목탑은 석탑이 제작되면서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충북 보은에 있는 법주사의 팔상전만큼은 무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목탑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그 전설의 맥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고, 조선 후기 인조 대에 사명대사 유정 스님이 다시 복원해냈다. 지금의 팔상전 모습은 유정 스님이 복원했을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며 기단부와 계단은 신라 시대 당시의 것이라고 한다. 팔상전이라는 이름에 들어가는 '전'은 보통 건축물에 붙여주는 이름이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팔상전은 명칭에 '전'이 들어가지만 건축물이 아니라 조형물이다. 엄연히 목탑이다. 따라서 각 처마들이 석탑의 옥개석과 같은 기능을 하며 엄연히 '보은 법주사 5층 목탑'이라고 불러야 한다. 


사진출처: 문화유산채널


   팔상전의 정체를 제대로 모르고 이 조형물 안으로 들어와보면 놀랄 이유 중 하나가 팔상전 내부는 하나로 뚫려있다는 구조다. 팔상전이 건축물이었으면 각 층이 존재했겠지만 탑이기 때문에 통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높이는 약 22m이고 1층과 5층은 5칸, 3층과 4층은 3칸, 5층은 2칸 크기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주심포 양식으로, 5층만 다포 양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명칭이 팔상전이기 때문에 8층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석탑의 층수를 옥개석으로 세듯 목탑도 지붕처마로 계산해 5층이다. 다만 이름이 8상인 이유는 팔상전 내부에 '석가모니의 생애'를 소재로 8면에 걸친 벽화기 있기 때문이다. 팔상전은 국내 유일한 목탑이라는 점에서 희귀적 가치가 있으면서도, 우리가 생각 없이 받아드리는 탑의 존재가치를 종교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경험을 선사해준다.


사진출처: 매일경제 증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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