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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06. 2020

[국보 57호] 쌍봉사 철감선사탑, 독보적인 존재

전남 화순에 있는 쌍봉사 철감선사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철감선사의 승탑이다. 철감선사가 신라 말에 죽었다고 나오니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철감선사는 당나라에서 유학 후 귀국하여 지금의 전남 화순에 쌍봉사를 창건한 시주스님이었다. 



쌍봉사 철감선사탑은 전형적인 8각기둥의 형체를 취하고 있다. 8각의 각 면마다 사천왕상과 비천상 등을 조각해놓다. 독특한 점은 기단부가 3층 구조라는 점이다. 맨 밑은 구름 위에 놀고 있는 사자들을 조각하였는데 사자들의 모양새가 전부 다르다. 8각몸체를 받치고 있는 연꽃대좌는 실제 꽃이 만개한 듯하고 그 위에는 극락에 살고 있다는 악사들을 조각해놓았다. 쌍봉사 철감선사탑의 조각상들은 곡선으로 부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움직임을 표현해냈다. 살아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은 입체적이기까지 하다. 지붕돌은 이상적인 균형과 비례미에 입각해 곡선을 만들어주고 있다. 역시 한국미술의 핵심은 선이 만들어주는 미감이다. 지붕 기와 사이사이의 간격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디테일한 장식들은 세심어린 석공기술을 느끼게 해준다.  이 승탑을 만들었을 석공의 심혈과 집중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상륜부는 안타깝게도 소실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대입시험을 위해서든지 대학 입학 후 자격증 시험이라든지 혹은 각종 고시를 위한 한국사 공부든지 신라 하대에는 선종이 유행하여 승탑이 대거 제작되었다는 내용을 암기하게 된다. 무슨 시험을 위한 교제든 그 예로 나오는 그림이 바로 이 쌍봉사 철감선사탑이다. 그 어떤 한국사의 교제든 신라 하대 문화사 챕터에서 쌍봉사 철감선사탑을 누락시키지 않는다. 그만큼 쌍봉사 철감선사탑은 신라 하대 승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국보 등재 이유에 '승탑 가운데 최대의 걸작품'이라고 명기해놓았으며 100%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가장 우수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출처: 루비의 정원-티스토리

9세기 후반 50년간엔 쌍봉사 이외에도 보림사, 연곡사, 태안사, 실상사, 고달사, 선림원, 봉암사 등에서 팔각당 사리탑의 명작들이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하듯 세워졌다. 하대신라 선종의 활기와 이를 지원한 지방 호족의 문화 능력이 강했기에 이 아름다운 승탑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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