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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10. 2020

[국보 60호] 산예출향,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을 비롯 4관왕을 하는 것을 보고 새삼 한국의 문화적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에서 언급한 말마따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이 말을 조금 변형해보자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모쪼록 봉준호 감독이 '두 유 노우' 클럽에 가입된 것을 환영한다.


봉준호 감독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우리 한국 문화의 역량과 우수성을 전파해주었던 다양한 장르들이 있다. 시간을 조금 많이 거슬러 올라 고려시대로 돌아가보겠다. 그 오래 전에도 '두 유 노우' 클럽이 있었을 만큼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던 고려의 예술문화가 있었다. 바로 청자다.


청자는 13세기 상감기법이 가미된 상감청자와 어떤 기법도 가미되지 않은 11~12세기 순청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가장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이른바 청자의 '리즈' 시절은 12세기였다. 중국과 일본의 사신단은 고려를 방문할 때마다 어떻게든 고려청자를 구입해 가는 것이 관례이고 문화이고 기념품이었다. 일본이야 그렇다 쳐도 중국은 일찌감치 자기 문화가 발달해 이미 우수한 자기들을 많이 내놓았음에도 유독 고려청자에는 격하게 반응했다. 그정도로 고려청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하고 소중한 고려의 보물이었다.


12세기 고려청자의 국제적 인기를 입증해줄 일화가 있다. 1123년 송나라의 사신단을 이끌고 왔던 서긍이 고려를 탐방한 기록문을 남겼는데 이 기록문을 <<선화봉사 고려도경>>이라고 한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고려청자에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데 "도자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와 제작 솜씨가 공교해졌고 빛깔도 더욱 아름다워졌다"는 내용이 있다. 이 기록을 미루어보아 당시 고려인들은 이 맑은 빛의 색깔을 비색이라고 불렀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출처: 경기도뉴스포털

서긍이 <<선화봉사 고려도경>>에서 극찬한 고려청자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손꼽은 작품이 바로 국보 60호인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다. 이  뚜껑의 주인공은 사실 사자가 아니라 상상 속의 동물 산예다. 청자는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사자형뚜껑 향로는 말그대로 '향로'다. 안에 향을 피우면 은은한 냄새와 함께 향연이 사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은 향은 피울 수 없게 됐지만, 이 산예라는 환상 속 동물이 연기를 내뿜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영롱하고 신비스러우며 황홀할까.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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