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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11. 2020

[국보 61호] 청자 어룡형 주전자, 청자 모양의 용

고려 중기에서 후기 청자의 쓰임은 다양했다. 주로 귀족층에서 사용했던 청자는 귀족들의 생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국보 60호 사자형뚜껑 청자향로가 향을 피우기 위함이고 61호 어룡형 청자는 술을 따르는 주전자다. 용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술은 용이 신비한 성수를 따라는 형상이었을 것이다.


청자 어룡형 주전자는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용의 수염, 물갈퀴, 지느러미, 뿔의 입체적인 조각은 용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주전자의 손잡이는 연꽃줄기이지만 용의 꼬리를 연상하게 하고 물을 따르는 주둥이는 용이 마치 혀를 내밀고 메롱하는 듯한 표정이라 예술가의 재치까지 곁들여 있다. 바닥의 연꽃무늬까지는 장식예술의 정석이다. 용의 얼굴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고 꼬리라고 할 수 있는 손잡이도 위쪽에 있어서 수직적으로 용솟음하는 상승효과를 준다.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악역 중 '카이도우'라고 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그런데 이 카이도우의 외양이 너무 압도적이라 용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이다. 나는 이 어룡형청자 주전자를 볼 때마다 비슷한 말로 용의 모양을 한 청자가 아니라 청자 모양을 한 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주전자가 있다면 혼술을 해도 혼자 술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국보 61호 청자 어룡형 주전자 역시 국보 60호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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