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에 자리잡고 있는 도피안사의 명칭은 어쩌면 가장 불교적이다. '피안'이란 직역하자면 '저쪽 해안'이란 뜻으로 불교계에선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갈 수 있는 말하자면 극락이고 성역이다. 도피안사의 첫글자 '도'는 도착할 때의 '도' 자이니 도피안사를 해석하자면 '피안에 도착한 절'이란 뜻이다. 그러나 정작 도피안사가 있는 곳은 북한과 DMZ를 접하는 지점이니 아이러니한 운명의 자림새다.
철원 도피안사의 구심력은 철조비로자나불상에서 나온다. 이름대로 철조비로자나불상은 철로 만든 철불이며 불상 뒷편에 새긴 명문에는 1500여 명의 향도들이 신라 하대 858년에 모금하여 조성했다는 내용이 있다. 정확한 연대까지 알 수 있기에 사적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불교 부처들 중 최고신으로서 이 세상 모든 진리와 원리의 현현이다. 비로자나불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국보 26호를 참고해주길 바란다!
미술학적으로 신라 하대의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지역적 특색이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신라 하대 중앙정부가 제기능을 상실하면서 각 지방별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호족들이 발호했고 호족들의 지지하에 사찰들이 건립되었다. 따라서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상은 철원지역의 로컬리티를 십분 반영한 작품이다. 유홍준 교수는 9세기 신라 하대의 불상을 '리얼리즘을 지향한 양식적 도전'으로 표현했다.
철원 도피안사의 철조 비로자나불상은 아미타신앙에서 비로자나신앙으로, 석불에서 철불로, 경주에서 지방으로, 중앙귀족문화에서 지방호족문화로 이행하고 있음을 그 한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유홍준
보통 불상은 후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상은 매끈하고 탄력적인 몸매에 잔근육이 베인 튼실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철빛 피부는 건장하고 남성적이라 믿음직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