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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Mar 16. 2020

[국보 65호] 청자 기린형뚜껑 향로, 향을 뿜는 기린


고려의 비색 자기야말로 천하에서 제일 가는 으뜸이다.

-중국 송나라 태평노인 <천하제일론>


국보 60호는 사자모양의 인형이 뚜껑 위로 올라와 있는 향로였고, 국보 65호도 이와 상당히 비슷한 양식의 향로다. 다만 사자가 아니라 기린이다. 국보 60호의 사자가 실제 사자가 아닌 상상 속의 동물 산예인 것처럼, 이 청자향로의 주인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기린이 아니라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이다.  기린형뚜껑 향로 역시 사자형뚜껑 향로처럼 세 발로 지탱하고 있으나 기린형뚜껑 향로은 상대적으로 더 순백하지만 그만큼 음각으로 새겨진 무늬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기린의 표정 자체는 다소 뭉그러져 사자형뚜껑의 산예만큼 생생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압축되어서 그런지 몸통의 뒤틀림은 역동적이고 비늘의 자세한 묘사 역시 입체적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활동하던 귀족 출신의변호사 존 개츠비가 고려청자에 빠져 청자수집 취미를 시작했다고 한다. 고려청자를 어째서 일본에서 수집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당시 고려청자 대부분 일본에서 불법유통되고 있었고, 존 개츠비가 이들 전부를 사들였다. 그러나 차츰 일본이 파쇼화되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자 존 개츠비는 본국으로 소환명령을 받았고 떠나기 전 자신의 소장품들을 경매에  붙혔다. 이때 경매에서 개츠비 소장품들을 사드린 사람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문화대통령 간송 전형필이었다. 간송 전형필이 거액으로 주고 소장품들을 산 덕분에 약 20여 점의 청자들이 한국으로 무사 귀환할 수 있었고, 현재에도 간송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얼마 전 기린형뚜껑 향로로 실제 향을 피워보는 실험을 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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