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 Mar 20. 2020

[국보 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학들의 날개짓

고려청자는 13세기부터 상감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상감청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 때마다 빠지지 않고 사진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국보 68호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이다. 누구나 교과서 어딘가에서 사진으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상감청자의 대표작이다. 운학문이란 구름과 학의 무늬를 말하고, 매병이란 매화꽃을 꽂아두는 꽃병이란 뜻이다.


사진출처: 간송문화재단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은 유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허리부분이 유독 좁지만 수직적으로 긴 형태를 하고 있어서 균형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덩치가 아닌 도톰한 볼륨감이란 이런 자기의 조형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매병의 주둥이도 좁아서 우리의 시선은 이 매병의 몸통에 쏠릴 수밖에 없다. 몸통에는 빈틈 하나 허용하지 않는 구름 위의 학들이 상감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가히 청자의 비색 바탕과 흰색 그림은 천상의 조합이다. 매병의 구름들은 마치 학들의 날개짓에서 만들어지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심지어 학들의고공방향이 제각각인데  이 평범한 매병을 공간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연꽃 받침는 작은 디테일도 버리지 않겠다는 걸작의 자신감이다.


아무리 뛰어난 공예작품이라 해도 그 쓰임에 따라 실용화될 때 더욱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매병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 좁은 주둥이에 꽂혀있을 매화꽃을 상상하면 나도 모른 미소가 얼굴에 띤다. 동화적인 색감의 매화, 얇은 매화줄기, 비색의 청자, 하얀 학들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은 도원경에나 있을 법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상감청자를 순청자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꼭 한 번 품 속에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재간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국보 67호] 화엄사 각황전, 잔재주 없는 웅장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