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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04. 2020

[국보 78호] 동양 최고의 걸작 상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모든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한국 불상의 최고 걸작으로 뽑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동양에서 최고의 불상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외국평론가들도 인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국보 78호와 국보 83호는 둘 다 똑같이 금동으로 만들어진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기 때문에 생김새로 구분하고 있다. 머리 위에 탑형 보관을 쓰고 있는 국보 78호는 '탑형보관 금동반가사유상'으로, 삼산관을 쓰고 있는 국보 83호는 '삼산관 금동반가사유상'으로 부른다.


두 불상은 같은 듯 다르다. 우선 구도와 크기는 거의 동일하다. 삼산관 금동반가사유상은 국보 83호편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국보 78호에만 집중하자면 이렇다. 국보 78호에 눈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아무래도 의상이다. 선이 입체적이진 않으나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고 잔주름이 없다. 옷의 장식 선과 최소화된 주름선 그리고 불상 자체의 자태는 모두 어우러져 선의 미학을 만들어낸다. 적어도 국보 78호가 83호에 비해 갖는 가장 강력한 강점은 바로 이 선이다. 허리도 잘록하게 들어가 선들이 전부 거친 격랑없이 부드럽고 유려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오른손의 굽혀진 두 손가락을 봐라. 마치 극락에만 존재하는 바다의 파도를 그대로 형상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동 특유의 귀공자스러운 빛깔을 내면서 옷주름과 불상 몸체의 라인이 군더더기 없이 이토록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불상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표정에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나온다. 이 여유로움은 가벼운 미소와 적당한 볼살 그리고 충분히 확보한 눈썹-눈의 간격에서 비롯된다. 국보 78호의 미륵상은 뭐하나 빠지지 않고 두루 능통한 팔방미인에 멋을 부릴 줄 알며 성격까지 호탕해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엄친아의 이미지다. 




현세적 인간과 불상의 추상성이 절묘하게 만나는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감돈다. 뺨에 살포시 얹은 오른손의 자세에는 가벼운 율동감이 있고, 몸에 달라붙은 법의가 가늘게 주름지어 내리면서 천의 자락이 양 어깨에서 멋을 부리며 살짝 올라간 것은 어떤 양식에 충실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거룩한 미륵을 어떻게 하면 보는 이들이 존경하고 감동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만을 고민했던 제작자의 조형적 고뇌가 낳은 결과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이라는 특별전이 있었다. 이 전시의 기획은 2004년 국제박물관협의회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일본적인 두 불상을 가져다 같은 공간에 두자는 기획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미루다 2012년 일본 측과 전시에 합의가 이루어졌고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가 열렸던 것이다. 가장 일본적인 불상에서는 중궁사 목조반가사유상이 한국에서는 바로 이 국보 78호가 지정됐다. 이렇듯 국보 78호는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의 얼굴을 대표하는 불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보 78호의 표정과 전반적인 양식은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로지 한국인의 멋 하나로 탄생한 걸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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