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물론 동양과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 일부는 한국의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더불어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동양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다. 두 불상이 재질과 부처의 종류, 자세가 동일해 이름이 똑같으나 형태는 전혀 같지 않고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다만 두 불상을 구분하기 위해 보관의 형태로 국보 78호를 탑형보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국보 83호를 삼산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부른다. 이미 국보 78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두 불상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이 한국에만 있는 양식이다.
국보 83호의 미륵반가사유상은 78호에 비해 한눈에 보기에도 별다른 장식이 가미되지 않아 정갈한 인상을 준다. 국보 78호 탑형보관 미륵반가사유상은 화려한 법의를 걸치고 있는 반면 국보 83호의 삼산관 미륵반가사유상은 언뜻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슴에 라인이 있으니 분명 상의를 입은 형태이긴 하나 상의를 벗은 것처럼 표현해 종교적 엄숙미를 강화한 의도라고 보인다. 국보 78호의 탑형보관 미륵반가사유상은 선을 조각해 유려한 선들의 안무를 구경할 수 있고, 국보 83호 삼산관의 미륵반가사유상은 하의와 더불어 앉고 있는 대좌를 조형해 입체적인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다.
국보 83호 삼산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일본의 조각부문 국보 1호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아마 어떤 경로든 이제 막 불교미술이 꽃피우던 일본이 한반도의 이 미륵보살상을 보고 벤치마킹한 불상을 만든 듯싶다. 민족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라 냉정하게 미학적으로 평가해도 일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의 멋은 결코 삼산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따라가지 못한다. 아마추어가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나는 지금까지 철학자로서 인간 존재의 최고로 완성된 모습을 표현한 여러 모델의 신상들을 접해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신상, 로마시대의 뛰어난 조각, 기독교적 사랑을 표현한 조각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각들에는 어딘지 지상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자취가 남아 있고 진실로 인간 실존의 저 깊은 곳까지 도달한 절대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미륵상에서는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이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음을 봅닌다. 인간 존쟁의 가장 정화된, 가장 원만한,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몇 십 년간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 실존의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
두 편의 걸작들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