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 Apr 14. 2020

[국보 84호] 서산마애삼존불,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의 공식명칭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이다. 백제의 얼굴을 대표하는 이 불상은 빛의 각도에 따라 불상의 표정이 달라지는 신비스러우면서도 과학적인 조상들의 지혜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서산마애삼존불이 유일한 마애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벽을 깎아 불상을 만드는 마애불의 양식이 한국사에서 보편적이진 않았다. 마애불은 백제에서 시작되었는데 '석탑' 자체도 백제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점에서 백제인들은 돌을 깎는데는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서산마애삼존불의 3불상 도상은 특이하게 배치되어 있다. 가운데 본존여래상이 있고 좌우로 관음보살과 미륵보살이 있다. 관음보살은 서 있으며 미륵보살은 무릎을 궤고 반가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통 서 있으면 보살 두 분 모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거면 두 분 모두 앉아 있는데 이렇게 한쪽은 서 있고 한쪽은 앉아있는, 그것도 반가상태로 둔 것은 확실히 평범한 구성은 아니다. 광배의 사실적 묘사까지 백제인들의 석조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 하루내내 시간대별로 표정이 달라진다. 해가 뜨고부터 해가 질 때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각도로 표정을 전부 다르게 보이게 조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절별로도 표정이 다르다고 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를 보려면 6월이 가장 좋단다.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1959년 발견된 서산마애불이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삼존불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본존불의 둥글고 넓은 얼굴의 만족스러운 미소는 마음좋은 친구가 옛 친구를 보고 기뻐하는 것 같고, 그 오른쪽 보살상의 미소도 형용할 수 없이 인간적이다. 나는 이러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창한다.


-김원용 <한국 고미술의 미학>



작가의 이전글 [국보 83호] 동양 최고의 걸작 하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