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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16. 2020

[국보 86호] 경천사지 10층 석탑, 기황후를 위해?

국보 86호 경천사지 10층 석탑은 국보 2호이자 탑골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의 모체가 되는 석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 탑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높이 13.5m. 국립중앙박물관 3층 높이까지 올라가 천장에 닿을 말 듯 박물관 로비에 큼지막하게 서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파수꾼처럼 보이는 탑이 바로 국보 86호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다.



이 화려하고 장엄한 석탑은 고려시대 말기 고려의 수도 개성 인근의 경천사라는 절에서 만들어졌다. 디테일한 장식 하나하나와 '아(亞)' 자형 모양, 그리고 특이하게 대리석을 만들어진 점이 원나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원나라의 영향이라기보단 원나라 석탑 양식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석탑1층에도 적혀있듯 애당초 이 탑은 고려 말 권문세족들이 원나라 황제와 황후였던 기황후의 복을 빌기 위해 만든 탑이다.


구한말 순종황제 당시 일본궁내대신 다나카 미츠아키가 석탑을 마음대로 해체한 후 일본으로 반출시켜버렸다. 내막을 알게 된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인 겸 영국언론인이었던 어네스트 베델이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무단반출문제를 공론화했고 총독부 측에서 일본에 있는 경천사지 10층 석탑을 다시 가지고 왔다. 당시의 데라우치 총독은 조선의 문화재는 총독부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며 일본 본국에서부터 가져온 것이었다. 해방 후 경복궁에 전시해두었다가 보존상의 문제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겼다.


경복궁에 있던 시절(사진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경천사지 10층 석탑은 총 3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1단과 2단이 모두  '아(亞)' 자형인데 1단은 기단부 역할을 하고 있다. 기단부의 각 면에는 화려한 부처조각상들이 새김질되어 있다. 2단부터 층수를 세기 시작한다. 2단에서 각 면에 난간과 지붕을 만들어 건물건축양식으로 제작했다. 마지막 3단부는 사각형 모양으로 전환되며 역시 건물건축양식으로 완성짓고 있다. 원나라 말기 사치스럽기 그지 없던 종교풍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석탑에 새겨진 조각상들을 하나하나 다 구경하자면 하루로도 부족하고 다 봤을 때쯤이면 처음 본 조각상이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몇 번을 봐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층수에 따라 보이는 조각상이 또 다르다는 점에서 감상하기엔 맛갈진 문화재임에는 틀림없다.


1단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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