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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21. 2020

[국보 87호] 엘도라도, 금관총 금관과 순금 관식

한 국가의 미학을 한 가지로 일반화하는 게 다소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삼국시대 미술의 양식을 이해하기 쉽게 국가별로 개괄해보자면 고구려는 제철기술, 백제는 석공기술이 그리고 신라는 세금기술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나는 신라는 동양의 '엘도라도' 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신라인들은 황금의 나라였다. 금의 매장량이 아닌 세금술과 금을 활용한 미학적 활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경주에는 수많은 고분군이 있다. 고분의 주인을 아는 건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고분군은 출토된 문화재에 따라 명명한다. 황금의 나라 신라가 각광받은 시점은 한 고분에서 섬세하고 찬란한 황금제 문화재들이 출토되고부터다. 신라의 숱한 황금보물을 세상에 공개해준 이 고분을 '금관총'이라고 부른다. 금관총에서 출토된 황금보물들 중 금관총 금관과 순금 관식이 국보 87호에, 허리띠 장식이 국보 88호에 지정되었다. 국보에 등재되지 않은 황금제 부장품들도 모두 사료적,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금관총 (사진출처: 트립어드바이저)


금관은 머리띠 위에 '날 출(出)' 자 모양의 장식이 3개가 높직하게 달려 있고 갖가기 금사슬과 곡옥들로 꾸며져 있다. 옥을 이만큼 아름답게 잘 활용할 줄 아는 민족은 아마 한민족이 독보적일 것이다.  3개의 '날 출(出)' 자 장식 뒤로는 2개의 사슴뿔을 형상화한 장식이 있다. 사슴뿔과 신령스러운 나무를 본뜬 듯한 이  5개의 장식은 금관의 종교성과 신성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아마 이 금관을 실생활에서 쓰이진 않았고 제의적 행사가 있거나 혹은 망자를 위한 용도로 추정된다. 



금관총 순금 관식은 금관이 씌여진 관모 위에 꽂은 장식품으로 새의 부리와 날개를 연상하게 한다. 금관과 관식의 조형미는 신라 토착신앙의 샤머니즘을 예술로 승화한 것으로 '한국적인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 개념과 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사진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넓고 얇은 금판자를 단순하게 오려 금실로 꼬아 맨 이 황금보관의 기법은 매우 소박하고 간단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이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각 부분의 얕기와 크고 작기, 그리고 굵고 가늘기의 비례가 매우 적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렇게 이루어진 전체적인 조형 효과가 매우 세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즉 끈덕진 욕심이나 지나친 잔재주를 부림이 없이 매우 세련된 조화미와 보관으로서의 위엄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장식들의 표면에는 얇은 금판자를 콩짜개만 한 크기의 정원으로 오려서 금실로 무수하게 꼬아 달아 조그만 진동에도 흔들리게 해서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는 황금빛의 효과를 노렸고, 그 사이사이의 요소에는 비취옥으로 만든 곡옥을 금실로 꼬아 달아 황금빛 사이에 일렁이는 푸른 비취의 신선한 색채효과를 거두도록 마련했다.


-미술평론가 최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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