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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24. 2020

[국보 90호] 부부총 금귀걸이의 필리그리 기법

일제강점기 금관총이 발굴된 이래 총독부는 신라 경주의 고분발굴 작업에 열을 올렸다. 이때 대릉원지구를 기준으로 동서를 노동동과 노서동이라는 지명이 붙여졌다. 노동동과 노서동에 대한 발굴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경주의 다른 지역 고분군에도 총독부는 관심을 가졌고 보문동의 고분군에서 부부총, 완총, 금환총 등을 발굴하였다. 부부총은 말그대로 부부의 고분이 이어져 있는 쌍분으로 북쪽이 남편, 남쪽이 아내의 것이고 이 부부총에서 신라의 세금문화를 대표해줄 또 하나의 걸작 '부부총 금귀걸이'가 출토되었다.


신라의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귀걸이야 많다지만 부부총 금귀걸이는 그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세심한 공을 드린, 현재까지 출토된 신라 금귀걸이 중 가장 권위적인 금귀걸이라고 할 수 있다. 금귀걸이의 장식은 나무에 매달린 황금 열매를 떠올리게 하며 마치 꽃잎처럼 달아놓은 샛장식들을 연결해놓은 금줄기를 보면 신라인들이 섬세한 표현력에 경탄할 뿐이다. 



부부총 금귀걸이가 다른 금귀걸이에 비해 제일 우수한 점은 누금 세공기법이다. 부부총 금귀걸이를 보면 금귀걸이를 바탕으로 그 위에 아주 작은 금알갱이들을 이어붙여 만든 무늬를 볼 수 있다. 이 금알갱이들은 샛장식과 끝머리장식의 테두리에도 한 치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둘려져 있다. 금알갱이나 금속실을 아주 미세하게 이어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누금 세공기법, 혹은 필리그리 기법이라고 한다. 이 필리그리 기법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시작되어 지중해와 중동으로 퍼졌고 한국에는 중국을 거쳐 유입되었다. 국보 89호 낙랑군 허리띠고리장식에서도 필리그리 기법이 돋보이는데 낙랑군을 통해 신라로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문화가 들어오기만 한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유입된 문화를 잘 토착화하고 흡수할 능력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신라인들은 금세공 방면으로 눈부신 역량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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