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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25. 2020

[국보 91호] 기마인물형도기, 망령의 인솔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인 국보 91호 '도기 기마인물형 토기'는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유물로 어느 역사교과서든 빠뜨리지 않고 수록하면서 신라의 토기를 대표하는 유물이 되었다. 금령총은 대릉원지구를 기준으로 동서를 나눈 노동동과 노서동 중 노동동에 위치하고 있는 고분이다.


한국미술의 자랑스러운 영역 중 하나가 도자공예다. 한국의 도자공예는 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백자 때 가장 원숙하고 절정을 찍었지만 원삼국시대, 아니 더 소급하자면 토기의 역사부터 내려온 전통이 빚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삼국시대의 신라와 가야의 도기가 추후 발전하게 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원형이 되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와 가야의 도기는 용도와 형태에 따라 종류가 각양각색이다. 그중 동물이나 사람모양의 인형을 만든 도기를 '상형도기'라고 한다. 실용성보다는 상징성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국보 91호인 기마인물형도기는 망자의 망령이 저승까지 무사히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종의 호위역할을 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말의 장신구나 기수의 복장까지 신라의 상형도기 중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된 도기이다. 기수의 복장을 통해 당대 신라인들의 의복생활을 상상해볼 수 있다. 말의 등에 있는 받침대는 깔때기이며 말의 앞가슴에 뾰족하게 달려 있는 관은 술이나 물을 따르는 주구다. 말의 엉덩이에 붙어 있는 꼬리는 손잡이 역할이다. 이 도기는 상징적인 의미로 만들어졌지만 엄연히 주전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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