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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Apr 26. 2020

[국보 92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

정병이란 부처께 드리는 깨끗한 물을 담는 병으로 일반 병보다 경건해야하며 그래서인지 정병들의 형태미는 하나같이 유려한 가운데 뽐내지 않고 절제되어 있다. 국보 92호는 청동에 은으로 그림을 수놓은 고려시대의 정병이다. 고려청자는 아무 기법을 가미하지 않은 11~12세기의 순청자와 다른 색의 점토로 그림을 조물한 후 같이 굳어내는 13세기의 상감청자로 구분된다. 국보 92호처럼 다 구어낸 이후 은으로 새겨넣는 은입사의 방식은 하나의 지배적인 양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청자계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형태면에선 국보 66호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과 큰 차이는 없다. 높이도 0.5cm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의 주구가 더 날씬하고 길쭉해서 국보 92호의 몸매가 상대적으로 더 매끈해보인다. 그림의 소재도 동일하다. 물가에 큰 버드나무가 있고 주변에 물새들이 뛰놀고 있다. 그림의 느낌도 비슷한데 같은 소재의 그림을 상감기법과 은입사의 기법으로 각각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작품을 세밀하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국보 66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의 그림은 여백과 그림 간의 관계를 강조한 정중동의 미학을 추구한 반면 국보 92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은 확실히 빽빽한 가운데 굳건한 필치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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