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같은 것. 비록 짧았지만 나름의 창업 경험.
13년도 쯤, 필자는 글로벌 Top 5 안에 들던 외국계 기업 개발자였다. 벌이도 좋고 혼자인데 먹는 것 말고 특별히 돈 쓸 곳이 없다보니 은근 현금 부자였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에도 염증이 스몰스몰 올라오던 찰라, 나는 바로 직장을 때려치고 나의 첫 창업 도전을 시작했다. 기계학습 기술기업! 슬로건은 "방대한 데이터에 사람이 질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계가 질문하게 만들자" 였다.
CEO라는 간지나는 Job title. 명함이 처음 나왔을 땐, 내가 이름 지어준 내 회사, 내 타이틀에 기분이 너무~ 좋았고, 물론 이 후 모든 역경을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었다. 자식의 목을 치고 전쟁터에 나간 장수처럼.
웹 사이트를 만들고, 고객을 발굴하며 만나고, 영업을 했다. 한 1년 쯤 지났을까. 직원 두 당 1억씩 계산해야된다는 말이 어느 순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처음 계획과 다르게 알음알음 교육용역, 개발용역, 그리고 정부 지원으로 버티기 하고 있음을 자각한 순간에 외롭게 청산과 폐업 고민을 시작해야했다.
CEO는 왠지 폼도 나고 잘 되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망해갈 땐 직원들의 길을 일일이 터주고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쓸쓸히 은행 잡무와 폐업신고를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신고도 뭔가 복잡해서 서초에 기억안나는 어떤 공기관 번호표 뽑고 너무 오래걸려서 잠깐 나와 줄담배 피던게 기억난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큰 깨달음, ..
그때 함께하던 녀석들은 어쩌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동료들이었다. 나보다 잘나가는 놈들이라 내가 굳이 길을 터줄 필요도 없었고, 현재도 알아서 잘 살고 있다. 요즘도 가끔 옛 애인 SNS 뒤지듯 링트인으로 놈들 "뭐하고 사나~" 훔쳐본다. 이게 모든 회사의 대표 모습일 거다.
당시엔 내가 그간 이루어놓은 얄팍한 업적과 장밋빛 비전만 가지고 이해관계를 상정했기에, 서로 크게 실망하며 헤어졌고.. 허세! 무지함! 그렇게 사람을 잃었다!
창업을 한다면 실패했을 때를 모두 고려하고, 무엇을 위해 모인 팀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하고 접는 린 스타트업 모델이 정답이다. 좋은게 좋은거다? 아니다.
허울 좋은 타이틀과 사무 공간과 스타트업 컬쳐에 심취해도 좋다. 어짜피 그것을 유지할 능력이 되는지는 1년 안에 알게 되니까.
그 뒤로 6년 후, .. 재 창업을 시도하다 또 사람을 잃었다!
이쯤되면 포기해야 맞지 싶다 ㅋ. 또 해볼거야라고 묻는다면, "죽기전에 한번만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