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푸른잎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모진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텐데
햇살 한모금에도 힘차게 빛나던
너의 푸른빛은 어느덧 힘을 잃어
서서히 말라가고 있구나
너는 모르겠지만
저물어가고 있는 너의 모습이
내겐 가장 아름답단다
해질녘 하늘을 똑 닮은
주홍빛 잎사귀가 아름다운 건
온힘을 다해 피운 푸른잎의 절정이기 때문이지
그 절정의 순간은
찰나의 순간처럼
내 옷깃을 스치고 가는구나
앙상한 가지만 남을 너를
다시 기억한다면
이 아름다운 가을을 가장 먼저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