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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한 Feb 15. 2024

Ep. 1 대전 선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다

 여느날과 다르지 않게 내 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거실에서는 익숙한 음악 소리가 어머니의 핸드폰에서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음악은 나의 첫 발매 앨범 'Last Spring'이었다. 

 나는 작년에 중위로 군대를 전역하고, 아직까지 취업하지 않으며 내 전공인 음악을 살려보려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다. 사실 돈이 되는게 얼마나 있을까, 그냥 일주일에 몇 번 음악학원에 출강하는 것이 전부다. 어찌보면 한심하게 보일 수 있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무엇을 하든 믿고 응원 해주시는 부모님께 늘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


 어느날이었다. 어머니가 대전 선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 하셨다는 소식을 아버지한테서 듣게 되었다. 평소 혈압이 높고, 왼팔에 힘이 자주 빠진다고 얘기하시던 어머니는 산책 중에 갑자기 어지러움 증세가 심하여 119에 신고를 하셨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하시고 나에게 전화를 하여, 입원실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집에 있는 어머니의 생필품들과 개인 물건들을 가득 담아 시내버스를 타고 선병원을 갔다. 코로나로 인하여 입원환자의 면회를 제한하고 있었기에, 그저 병원에 짐만 두고 올 수 있었다. 


 어머니는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았다. 주로 고혈압인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병인데, 뇌로 향하는 혈관이 원활하지 않아 신체의 부분 마비나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혈압이 올라가면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에는 중풍을 앓게 되거나 급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늦은 나이에 재임용된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형 두명과 누나는 모두 타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내가 어머니를 가장 많이 챙겨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입원 첫날 나에게 부탁했던 물건들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다음날 또 필요한 것들을 적어 보내셨다. 주로 어머니가 드시는 차, 과일, 화장품, 담요 등이었다. 입원실에서 아예 살 것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필요한 게 많나 조금은 귀찮으면서도 엄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기에 귀찮은 내색 없이 또 짐을 한 가득 실어 시내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배달해줬다.


 이후 나는 평소보다 어머니한테 자주 전화하였고 어머니가 병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들을 수 있었다. 외롭고 지루하고 힘들 때마다 내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평화로운 클래식기타 찬송가를 듣는데 그게 큰 위로가 된다고 하셨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에게 계속 수액 바늘을 꽂아주었고,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약 한달 뒤에 혈관 조영술이라는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혈관에 막힌 곳이 어딘지 정확한 위치를 찾는 시술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그 시술을 2주 정도 앞두고 퇴원을 하셨다. 물론 상태가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서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퇴원하고 집에 돌아오시자 아버지는 정말 기뻐하셨다. 마침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었기에, 타지에 살고있는 큰형이 가족들을 데리고 우리집에 찾아온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손주들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다며 내가 장 봐온 재료들로 주섬주섬 불고기를 재우셨다. 우리집엔 다시 활기가 돋기 시작했고, 잠시 안심이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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