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셋이서 만든 5,500만 원의 기적

12월의 만찬, 그리고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by CareerMa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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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의 어느 아침 입사하고 어느덧 1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떠났고, 팀은 깨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후배 2명 우리 팀의 남은 전력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초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얘들아, 진짜 기회가 왔다"


유 부장님(형님)이 주신 고객 리스트, 그리고 다가온 재등록 시즌 지난 1년간의 설움을 털어낼, 우리 존재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였다 우리가 가진 모든 마케팅 채널을 총동원해서 최대 매출을 찍어보자고, 이번 겨울만큼은 따뜻하게 보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비장하게 사무실로 내려와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었다 재등록을 받으려면 신규 상담과는 다른,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설득하는 섬세한 스킬이 필요했다 우리는 서툴렀고, 귀한 DB를 낭비하고 있다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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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팀장님을 다시 찾아가다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번 슬럼프 때 나에게 커피를 사주며 조언해 주셨던, 개인 매출 1등 노 팀장님을 찾아갔다


"팀장님, 이번 재등록 시기에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노팀장님은 흔쾌히 고객의 마음을 여는 멘트, 타이밍, 그리고 빠르게 등록받는 방법까지 다 알려주셨다 그 가르침은 교과서에는 없는 실전 압축 근육이었다 나는 사무실로 뛰어와 그 방법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수했다


"이대로만 해보자. 무조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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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만 원!!


전략이 수정되자 결과가 달라졌다 전화기 너머 고객들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와 두 후배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11월 한 달, 우리는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마감 날 받아 든 성적표


'매출 약 5,500만 원 정도로 마감을 했다'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팀장도 없이 남겨진 셋이서, 그것도 신입 티를 갓 벗은 우리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이 성과는 부서 전체 매출에도 큰 힘이 되었고, 무엇보다 우리 셋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자존감을 심어주었다


마감이 끝나고 업무를 정리하던 늦은 밤 고요해진 사무실에 셋이서 모였다 거창한 회식은 없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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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후배가 여자 후배에게 말했다


"솔직히 그때 선배님 키보드 소리, 좀 거슬렸습니다"

"나도 쑥덕거리는 거 서운했어"


서로 싫었던 점, 서운했던 점을 털어놓으며 멋쩍게 웃었다 치열하게 함께 달리고 나니 미움도 오해도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우리는 '동료'를 넘어 '전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더 잘해보자. 우리 팀 진짜 멋지게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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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호텔뷔페에 가다


2015년 12월, 기다리던 급여 명세서가 나왔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손이 떨렸다 지난달 20만 원 남짓했던 잔고가 거짓말처럼 채워져 있었다 그 주 주말,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의 한 호텔 뷔페로 갔다 휘황찬란한 음식들 앞에서 어색해하시는 부모님께 말했다


"엄마, 아빠, 마음껏 먹자!!"


접시 가득 음식을 담아 오시며 부모님이 흐뭇하게 웃으셨다 공사판에서 다친 허리를 부여잡고 누워 계시던 아버지, 먼지 묻은 작업복을 입고 창피해하던 나 그 아픈 기억들이 따뜻하고 풍성한 한 끼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호텔 문을 나서는데, 차가운 겨울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음 연도가, 내일이, 아니 당장 1시간 뒤가 기대됐다


'나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즌 1을 마치며)


숨 가쁘게 달려온 2015년의 겨울이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스물둘 청춘이, 1년 넘게 맨땅에 헤딩하며 '팀'을 만들고 '성과'를 내기까지의 기록 이 치열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번외 편>입니다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택배, 호텔서빙, 공사판, 박스공장등을 전전하며 겪었던 '저의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 스토리' 한편에 담아보려 합니다 시즌 1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야기까지 함께해 주세요


[번외 편] 인천공항 벤치에 앉아 울컥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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