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와 나

동물원은 과연 안전한가

by 쟌쟌쟌


최근 대전 동물원에서 늑대 한 마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름은 '늑구'
그 소식은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라졌다는 말은 단순히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어딘가로 향했다는 의미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울타리 밖으로, 이름 붙여지지 않은 방향으로.


동물원은 잘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시간이 되면 먹이가 놓이고, 비가 와도 젖지 않을 자리가 있으며, 아프면 누군가 알아서 치료를 해줍니다.
굳이 길을 찾지 않아도 되고,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그곳에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이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의 삶은, 어쩌면 너무 매끄럽습니다. 걸려 넘어질 돌도, 방향을 잃게 하는 안개도, 스스로 길을 내야 하는 막막함도 없습니다.

다만, 그 매끄러움 속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 얼마나 높은 절벽 앞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는지, 끝내 알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저는 종종 그 안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떠올립니다. 익숙한 공간, 정해진 하루,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한 존재.


그곳은 분명 안전합니다. 그리고 오래 머물수록, 그 안전은 ‘당연한 것’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바깥은 위험한 곳이 아니라 그저 ‘나와 상관없는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이 스며듭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어딘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겹쳐질 때가 있습니다.


넓은 초원은 단순히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곳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로 걷기도 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절벽 앞에 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은 두려운 곳입니다.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든 선택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지만, 그 자유가 오히려 저를 속박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구'는 동물원이라는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무엇이 그 등을 밀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었을 수도 있고, 지금의 삶에 대한 아주 미세한 균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무 이유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한 번쯤은,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존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일지도요.


저는 아직 울타리 안에 서 있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따뜻하고, 익숙하고, 안전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가끔 바깥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곳이 두렵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다는 마음을 동시에 안고서.


아마도 어떤 선택은 확신이 아니라, 이 두 감정이 같은 크기로 흔들릴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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