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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인생의 문



많은 문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문 앞에는

말들이 먼저 줄을 섰고

사람들은

그 문 앞에 줄을 이어 섰습니다


그 문은 시끄러웠고

진실은

입구 밖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 진실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문은

옆을 보고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보지 않았고

타인을 통해

자신을 더듬었습니다


세 번째 문은

박수와 웃음 장식으로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발자국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문 앞엔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문을 열었고

빛과 어둠을 말없이 맞이했습니다

무언가를 들고나가는 손에는

무겁고 투명한 흔적이 들려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문은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 문을 붙잡고

누군가가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문이 닫히지 않게

자신의 등을 문턱에 걸쳐두고 앉아 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가 누군가의 길을...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그날 저녁

저는 문 앞에 섰습니다

그 어떤 줄에도 속하지 못한 채

한 걸음 물러서서

다섯 개 문들의 그림자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을 뻗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손끝에

작은 떨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게 외면이었는지

다짐이었는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오늘

다시 물어봅니다


그날 저는

어떤 줄에 있었을까요

지금 저는

어디에 서 있나요

내일

어느 문 앞에

조용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만약 내일도

다섯 개의 문이 있다면

저는 줄을 서지 않겠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문이 되어

기울어지지 않게

등을 걸치고 앉아 있겠습니다


누군가가 지나가는 순간

말없이 문이 열릴 수 있도록

제 숨을,

제 등을,

제 고요를...


그 문턱에

그렇게 남기고 싶습니다

누구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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