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자리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by 영업의신조이

11화.

빈 의자 앞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의 진실”



그날, 저는 이프랜드라는 SK의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소통하는 가상공간에서 몇 사람과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마다 오래 묵힌 상처의 음색이 섞여 있었고,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제각각의 고통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부모를 잃고 마음이 비어버린 사람도 있었고,

형제를 떠나보낸 뒤 매일 무너지는 하루를 견디는 사람도 있었으며,

인생이 왜 이렇게 잔인한지 매몰차게 묻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 질문들은 하나의 울음처럼 천천히 떠올라 가상공간의 하늘을 어둡게 덮고 있었습니다.


는 위로라 부르기에도 조심스러운 말을,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꺼내 들었습니다.



“우리 같이 한 번 상상해 볼래요?”


“만약 우리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갔다고 해보자고요.

그리고 누군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신께 간절히 간청해 지상으로 내려올 기회를 선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고요…”


“그때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까요?”


그 순간 떠올랐던 장면이, 지금 다시 쓰는 이 에세이의 영혼이 되었습니다.



집 안 식탁에 엄마가 보이네요.

아마도 엄마는 식탁 앞에서 내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음을 확인하며 조용히 울고 있을 것입니다.


밥 한 술도 뜨지 못한 채, 내 이름을 기도로 꿰어 하루를 견디며,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내 영혼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기를, 환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은 내가 살아 있을 때나, 우리가 상상하는 지금 이 죽음 이후의 선물을 받아 다시 돌아온 오늘의 시간에서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랑은 방식만 바꾸어 계속 흐르니까요.



다시 시선을 돌려, 내 방 안의 아빠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아빠는 내 방 책상 옆, 익숙한 빈 의자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의자를 향해 말을 걸고, 대답 없는 침묵 속에서도 나를 기억하기 위해 손끝을 모아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잘 지내고 있지? 어디 아프진 않지?”

라고 묻는 마음으로 하루를 닫고, 다시 열겠지요.


아빠의 어깨는 조금 더 작아졌을 것이고, 등은 조금 더 굽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아버지의 나를 향한 사랑은 더 오래도록 타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하나였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사랑은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사라져 버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


우리가 주저앉아

‘왜 나는 이렇게 외로운가’라고 서글퍼 울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내 이름을 조용히 꿰어 기도로 만들고 있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나를 위해 하루를 내어주고 있으며,

누군가는 여전히 내 존재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 사랑을 인지하지 못해 혼자 쓰러져 있는 순간이 참 많습니다. 세상의 어둠이 너무 짙어질 때면, 그 사랑마저도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용히 마음을 돌리면, 늘 그 자리에 사랑이 있습니다.


내가 떠나 외로워진 우리 집,

그 집 한켠에 놓인 내 빈 의자처럼,

그것은 비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어 있지 않고,

단지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서

엄마, 아빠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그날, 메타버스 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던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소한 부모님만큼은,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 기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만약 우리가 그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우리에게 완전히 무너지는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을 전하던 저 또한, 그 기도의 기억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장면을 글로 옮기며 저는 깨닫습니다. 사랑은 죽으면 단순히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도 막아서지 못하는 강력하고 질긴 사랑의 끈으로 서로 묶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은 계속 서로를 향해 따스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내 이름을 불러주고 있습니다.

그 기도는 때로 언어가 없고,

때로 손길이 없고,

때로 눈물로만 남아 있지만…

그 모든 방식은 결국 나를 잊지 않기 위한 하나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 빈 의자 옆에 조용히 머물며

그 사랑의 온도를 다시 배웁니다.


여전히.

지금도.

여기에서.

.

.

.



식탁 앞에서 엄마는

고요히 눈물을 흘리며

내 빈자리를 오래도록 바라만 보신다


밥 한 술 대신 울음을 삼키며

내 이름을 기도로 꿰어 엮는다

그렇게 엄마의 또 다른 하루는

끝내 그리움에 물들어 간다


내 방 책상 옆,

익숙한 빈 의자 하나

그 위에 앉은 아빠의 어깨가

오늘따라 더 작아 보인다


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은,

우리가 쓰러지는 순간마다

가장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따스한 손 모음입니다.




캘리그라피 by 인정 이영애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