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그림자

빛 아래 홀로 남은 여인의 이야기

by 영업의신조이

13화.

에필로그 _ 신의 사랑의 빛, 그 아래 마리아의 그림자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세상은 언제나 따뜻한 빛으로 물든다. 거리마다 불빛이 켜지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건넨다.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리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꺼낸 마음을 리본으로 묶는다.


그날의 공기는 밝고 달콤하다.

웃음과 음악, 향초와 포근한 담요의 냄새가 도시를 덮는다. 그러나 그 찬란한 풍경 한가운데서, 내 마음의 한켠은 언제나 조용히 시려 왔다. 모두가 축복이라 부르는 그날, 나는 그 축복이 태어나기까지의 그림자를 묵묵히 떠올린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보다, 그 아이를 세상에 품은 한 여린 여인의 삶의 길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신의 뜻이라 말하기엔 너무 고독하고, 너무 가혹한 여정이었다.


마리아는 한 인간으로서, 한 여인으로서 세상의 오해와 조롱, 그리고 두려움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비밀을 품은 채, 그녀는 혼자서 세상을 걸어 나갔다. 거리에서 욕설과 함께 돌이 날아올 때마다 배를 감싸 쥐었고, 눈물이 고일 때마다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신이 침묵할 때 그녀는 사랑으로 대답했고, 세상이 그녀를 버릴 때 그녀는 소중한 그 생명을 품었다. 그 사랑이야말로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쁨의 날이라 부른다.

반짝이는 트리, 쌓인 선물, 웃음소리, 캐롤, 그리고 촛불들. 그러나 나는 그 불빛 뒤의 어둠을 느낀다.


그것은 절망의 어둠이 아니라, 사랑의 무게였다.

신이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권능도, 기적도 아니었다. 오직 한 여인의 용기와 기도였다. 그녀의 피와 눈물, 숨결과 침묵이 없었다면, 구원의 탄생도, 십자가의 부활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크리스마스의 새벽마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천사의 노래를 들었다고 말하던 그 순간, 그 노래의 이면에는 마리아의 신음이 있었다. 그녀의 숨이 끊어질 듯 이어지던 그 고통의 끝에서, 빛이 세상에 태어났다. 모든 탄생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 위에 세워진다. 그리고 그 고통이야말로 가장 깊은 사랑의 증거이다.


그래서 나는 기도의 순서를 바꿔본다.

아기 예수를 찬미하기에 앞서, 그를 품었던 어머니를 먼저 떠올린다. 십자가의 고통보다 앞서 있었던 출산의 고통을, 구원의 약속보다 먼저 있었던 인간의 두려움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낸 한 여인의 사랑을 기억한다.


그녀가 없었다면, 예수의 탄생도, 인류의 구원도, 우리가 지금 부르는 모든 찬송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써 내려왔다.

찬양의 빛 뒤에 가려진 여인의 눈물을 기록하고 싶었다. 축복의 노래 뒤에 묻힌 소녀의 한숨을 드러내고 싶었다. 구원의 시작을 품은 한 엄마의 그 떨림을 기억하고 싶었다.


마리아는 신의 어머니이기 전에, 인간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신앙의 표상이기 전에, 사랑의 증언이었다. 그녀는 신을 품었지만, 먼저 인간의 고통을 품었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신이 태어났다.


크리스마스의 하얀 눈은 세상의 죄를 덮는 상징으로 표현되지만, 내게는 마리아의 차갑던 그 손끝이 기억난다. 그 손끝은 피를 닦았고, 눈물을 닦았고, 마지막으로 아기의 얼굴을 닦았다. 그 추운 새벽의 떨림이 아직도 세상의 빛으로 남아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기도한다.

트리의 불빛이 켜질 때마다 그녀의 손끝을 기억하기를. 선물이 오가는 웃음 사이에서 그녀의 눈물을 떠올리기를. 찬양의 노래가 울릴 때마다, 그 노래가 그녀의 고통을 덮지 않기를...


마리아의 사랑은 그 어떤 신의 기적보다 인간적이고, 그 어떤 인간의 사랑보다 신성하다. 그녀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녀의 사랑이 세상의 모든 겨울을 녹이고, 그 온기가 아직도 우리를 숨 쉬게 한다.


이 이야기는 마리아의 이야기이자,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이 신을 만나기 전에 생명을 품고 그 사랑을 믿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의 겨울은 길었고, 혹독했고, 눈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 겨울의 끝에서 세상은 봄을 맞았다. 그 봄의 첫울음이 바로 아기 예수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믿는다.


그날의 마리아가 아니었다면,

신은 여전히 하늘에 머물렀을 것이다.


신이 인간의 품에서 태어난 것은,

전능이 아니라 한 여인의 사랑 때문이었다.


“찬란한 빛이 세상에 닿을 때,

그 첫 그림자는...

한 여인의 품에서 시작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 탄생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