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아래 홀로 남은 여인의 이야기
12화.
길 위의 겨울 _ 성탄의 그림자
나사렛을 떠난 새벽은 유난히 차가웠다.
별빛이 아직 가라앉지 못한 하늘 아래, 두 사람의 숨결이 희미한 연기처럼 흩어졌다.
회당에서 하느님을 증인으로 반지를 맞잡았던 그 밤의 여운이 채 식기도 전에 요셉은 짐을 꾸렸고, 마리아는 배를 감싸 쥔 채 그의 뒤를 따랐다.
바람은 갈릴레이의 낮은 언덕을 넘어 산지 마을 연이은 구릉을 타고 내려왔고, 흙과 자갈, 벗겨진 암반과 진흙이 뒤섞인 길은 발끝마다 미끄러웠다.
그날의 첫걸음부터, 이 여정은 축복보다 고행에 가까웠다.
길은 약 120킬로미터. 하지만 그 거리는 결코 단순한 숫자로 환산되지 않았다. 하루에 15킬로미터 남짓, 마리아는 걸어야 했다. 그 여정 속에는 걷는 시간 이외에도 숨을 안정적으로 고르거나 만삭이 된 배를 감싸며 쉬는 데 쓰이는 시간이 많았다.
요셉은 당나귀의 고삐를 잡고 걸었고, 마리아는 길게 이어진 흙길 위에서 작은 파도처럼 흔들리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매정하게도 비가 스쳐 지나가면 길은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했고, 자갈은 발을 삐끗하게 만들었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은 마치 얼음이 섞인 것처럼 차갑고 매서웠다.
첫째 날 저녁, 그들은 여정의 첫 마을, 작은 초소에서 몸을 녹였다. 낯선 촌락의 아궁이 냄새가 나무 연기와 함께 그들을 감쌌고, 저녁을 준비하는 냄새는 마리아와 요셉을 잠시나마 안도하게 했다.
둘째 날, 길은 점점 더 비탈지고 험난해졌다.
셋째 날엔 갈릴래아 호수의 물안개가 언덕을 뒤덮었다. 그들은 돌 위에 앉아 마른 빵을 나누어 먹었고, 마리아는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마리아는 이미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도에 더 힘을 쏟아부었다.
“하느님, 제 숨이 멎더라도 아이의 숨은 멈추지 않게 하소서.”
넷째 날 밤, 언덕의 바람은 차갑고 서럽게 두 사람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들은 몸을 맞대고 당나귀 곁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요셉은 불씨 하나 피우지 못한 채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마리아의 손끝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고, 그럼에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우린 가야 해요. 약속하셨잖아요.”
다섯째 날 아침, 길은 점점 더 험해져 갔다.
산비탈의 굽은 길은 당나귀의 발걸음마다 미끄러졌고, 이따금 마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를 쓸며 짧은 숨을 몰아쉬었다. 요셉은 주저 없이 멈췄다.
“잠시만요. 여기서 숨을 고릅시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어요. 밤이 되면 더 추워질 거예요.”
여섯째 날, 그들은 다음 목적지 마을에 다다랐고, 그 마을 근처의 오아시스처럼 남아 있던 작은 천막촌을 지났다. 호적령으로 인해 길 위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나귀의 울음, 사람들의 언성, 아이들의 울음이 한데 섞였다.
황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의 명에 따라, 모두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요셉도 다윗의 후손이었기에 유다의 베들레헴으로 향해야만 했다. 퀴리니우스 총독의 호적 조사관들이 각 촌마다 명단을 확인하며 이름을 불렀고, 밤이 되면 그 명단을 들고 돌아다니는 관리들의 횃불이 산자락에 점처럼 흩어졌다.
일곱째 날, 그들의 발밑에는 이미 피와 흙이 뒤섞여 있었다. 마리아의 종아리는 피부가 팽창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종아리 전체가 심하게 부어올랐고, 요셉의 눈가에도 극심한 피로의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들은 한 마을에서 하룻밤 묵기를 요청했으나,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호적 때문에 방이 없소. 이미 여관도, 마루도 다 찼소.”
요셉은 거듭 문을 두드렸고, 밤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여덟째 날, 드디어 베들레헴의 언덕이 눈앞에 펼쳐졌다. 잿빛 하늘 아래 마을은 인파로 가득했고, 요셉은 거의 말을 잃은 듯했다. 마지막으로 한 집의 문을 두드렸으나, 노파는 고개를 저었다.
“손님방은 이미 찼소. 아래층 마구간이라면 모르지만….”
요셉은 마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거기면 돼요. 그곳에서도 아이는 하늘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이 들어간 마구간은 축축했고, 짐승들의 냄새로 가득했다. 오래된 말똥 냄새, 젖은 짚의 냄새, 녹슨 쇠고리와 낡은 나무틀의 삐걱거림이 뒤섞여 있었다. 벽은 눅눅했고, 천장 틈새로 바람이 흘러들었다.
그러나 그 작은 공간이 하느님이 그들을 위해 선택한 자리였다.
밤이 깊어지자 마리아의 진통이 시작됐다.
그녀의 숨결은 점점 짧아졌고, 요셉은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적셔 그녀의 이마를 닦았다.
불을 피우면 연기가 폐를 찔렀고, 불을 줄이면 한기가 살을 베었다. 그녀는 고통의 파도 속에서도 눈을 감고 속삭였다.
“요셉, 이제 당신과 제가 함께 가야 해요… 이 아이와 함께… 이 아이가 가는 곳이 곧 세상의 길이 될 거예요….”
요셉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이마에 올렸다.
“당신과 아이를 지키겠소… 그러니 제발 힘을 내시오.”
그 말이 끝나자, 어둠을 찢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은 작고 연약했지만 세상의 하늘을 갈랐고, 모든 공기를 울렸다.
요셉은 떨리는 손으로 피와 눈물, 양수의 온기를 받아냈다. 그것은 세상의 무게를 품은 가장 작은 사랑의 빛이었다.
마리아가 팔을 벌리자 그는 아이를 그녀의 품에 얹었다. 그녀의 손이 아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피부는 따뜻했고, 눈물은 짚 위에 별빛처럼 떨어졌다.
“우리가 해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외로웠지만… 하느님은 침묵만 하신 게 아니었어요. 당신의 품과 이 아이의 울음으로 대답하셨어요.”
요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평화와 단단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지붕 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두 사람과 아기를 비추었고, 바람 한 줄기가 마치 누군가의 손길처럼 그들의 땀과 눈물을 어루만졌다.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어디에도 열린 문이나 창문은 없었다.
다만 하느님의 숨결이 지나간 흔적만이 그들의 뺨에 남아 있었다.
마리아의 길은 검은 그림자의 고통으로 쌓였지만,
그 끝은 사랑으로 채워졌고,
인류의 첫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이렇게 사랑의 빛으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