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인생은 왜 그러한가
너는 태어나
울음을 내뱉었다
너는 뒤집었고
나는 숨을 멈췄다
너는 첫걸음을 띄었고
나는 박수를 쳤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너를 들여보내고
나는 오래 서 있었다
너의 학교는
계절과 함께 바뀌었고
너의 얼굴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표정이 생겼다
대학 졸업식 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미소 짓고 서 있었다
너의 취직과 함께
나는 내 자리를
천천히 비워주었고
집은 넓어졌고
너의 목소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
당신은
늘 그 자리에 계셨지요
저의 모든 첫 경험 앞에서
언제나 먼저 웃고 계셨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 단단하던 당신은
조용히
변하기 시작했어요
당신의 머리는
서서히 희어졌고
눈가에는
얇은 선들이
겹겹이 쌓였고
손등의 검은 얼룩들은
하나둘
늘어만 갔지요
당신이 보지 못한 사이
허리는
조금씩 굽어 있었고
가끔은
제 이름도
집으로 오는 길도
잃으셨지요
병실의 천장과 벽은
하얗게 비어 있었고
규칙적인 기계 소리만
당신의 숨을
대신하고 있었어요
당신과 나는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지요
이제야
당신에게
무언가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당신은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시간을 접어버렸고
이제 하나라도
해보려 했는데
당신은
눈을 감았네요
인생은
왜
이렇게 무참히
앞서만 가는지
남아 있는 것은
전하지 못한
너무 많은 사랑과
너무 늦은
시간뿐입니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