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던져짐
(피투성)
회색빛 무거운 세상 아래
나는 나에게 물었다
왜, 나는
여기에서 숨을 쉬고 있는가
선택한 적은 없었다
다만
눈을 뜨니
이 시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던져진 굴레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자유라는 말은
몸 안에서
자꾸 길을 잃었다
발을 떼려 애를 쓰면 쓸수록
어깨 위 삶의 무게는
오히려
형체를 얻어
나를 눌렀다
나는 길 위에 있다
찌그러진 캔처럼
치이고
굴러가며
속은 이미 터져
밖으로 흘러나와
내 마음속 결핍과 통증,
그리고 말 없는 절망까지
하나로 섞인 채
천년처럼 긴
하루를
묵묵히 걸어갔다
그러다
멈춰 선 내 시선 위에
빛이 바랜 그림자 하나
따뜻하게
앉아 있었다
금이 간 화분,
말라붙은 흙
그 위로
내 물 주기는
조용히 스며들었다
쓰러져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들 곁에
음식 봉지 하나 내 손에 들린 채
저녁노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길을 보지 못해
방향을 잃은 이에게
나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의 온도는
생각보다
오래
내 손에 남았다
그때
알았다
이 세계가 나를
아무 말 없이
여기에
홀로
두었을지라도
내 몸을 건너간
이 작은 체온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아프게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하루를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