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자리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by 영업의신조이

15화.

길들이는 삶, 길들여지는 삶



이 시를 쓰기까지, 저는 오랜 시간 ‘길들여진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영업팀장이었고, 글로벌 세일즈와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며 한 기업의 해외 시장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숫자로 말하면 성과가 있었고, 직함으로 말하면 어느 정도의 위치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삶은 매출 숫자와 직함의 위치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COVID-19

코로나라는 이름의 팬데믹은 글로벌 시장을 단숨에 멈춰 세웠습니다. 국경은 닫혔고, 비행기는 멈췄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만남이 금지되었습니다.


해외영업이라는 직무, 그 존재 자체를 시험받았습니다. 매출은 반 토막이 아니라, 반의 반으로 줄어들었고, 그 순간부터 저는 ‘성과를 만드는 사람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해외영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회사의 경영자와의 관계 또한 날카롭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은 서서히 한 방향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 원치 않는 선택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제 철학과 윤리, 그리고 자아는 매일같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갈등하고 충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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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졌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정해진 틀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왔다...


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처음에는 ‘잠시만 참자’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지금은 어쩔 수 없다’였고,

나중에는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또 설득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분기, 반기, 1년, 2년...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살아 있었지만,

살고 있다는 감각은 점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상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옥 같은 삶은 회사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모든 압력과 스트레스는 집으로 흘러 들어왔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인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까지 습하고 검은 지옥의 그림자 되어 침식해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아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내가 알던 매력적이고 멋진 남편은 어디 갔어요?

지금 당신은… 당신 회사, 사장의 기분에 따라 하루가 좌우되는 사람 같아요!”


그 말 뒤로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바람 소리만 있었고, 아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저는 대답하지 않았고, 아내도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저는 처음으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근 몇 년 동안 제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심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몸을 두며 쌓인 익숙함은 안전망이 되어버렸고, 동시에 족쇄처럼 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공포 앞에서 저는 여러 번 멈춰 섰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안락한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가며 몸부림쳤지만...


그럴 때마다

두려움이 저를

더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변화는 온 마음으로 추구하고 갈망하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단 한 걸음들 떼어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옮길 수도...

남을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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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는 수십 개의 선택지가 맴돌았지만,

손과 발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선택 하나를 했습니다.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니, 머리는 덥수룩하게 길어 있었고 표정은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그 순간 문득!


‘이 머리라도 내가 선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가족과 함께 미용실에 갔고,

저는 머리를 삭발했습니다.


거창한 결단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제 인생에서 ‘내가 선택한 행동’ 하나가 생긴 날이었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 틈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는 더 이상 길들여지지 않아.”

"이제 내가 삶을 길들인다."


이 문장은 반항의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내 뜻대로 바꾸겠다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나 자신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었습니다.


내 삶의 주어를 다시 되찾겠다는 조용한 선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탈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길들여진 삶’에서 ‘길들이는 삶’으로 건너가는 전환의 이야기입니다.



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캘리그라피 by 인정 이영애



그 전환은 늘 두렵고 어렵습니다.

결심했다고 해서 곧장 자유로워 지지도 않습니다.


"어제의 길들여진 나는 사라지고

오늘, 길을 개척한 내가 되십시오."


저는 여전히 제 삶의 길 위에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길들여진 채 서 있지는 않습니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제가 저 자신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이 시집의 제목처럼,

저는 이 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증명해야만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아무리 길들여진 삶 속에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다... ... ...


하지만!

그 삶 자체가 내 자아를 위한 삶이 아니라면!

본인의 그 존귀한 아름다움을 스스로 잊고 살아가는 것뿐이라면!


이 시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더

본인의 숨을 쉬게 하기 위해 쓰인 시입니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는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도...

나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뜨거운 온도는

여전히 우리 심장 속에 남아 있음을

우리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조용히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삶은, 당신이 길들이고 있는 삶인가요.

아니면, 길들여지고 있는 삶인가요.


이 시는 읽고 끝나는 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입니다.


이 시 「길들이는 삶」는

길들여진 하루를 살고 있는 당신에게


“그래도 괜찮다”가 아니라

“다시 선택해도 된다”라고 말해주는 시입니다.


이제 오늘,

바로 여기서,

지금!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기실


간절히

기도합니다.



길들이는 삶의 시작 by 영업의신조이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