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자리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by 영업의신조이

20화.

그런 소중한 사람

_우연처럼 다가왔지만, 끝내 내 곁에 남은 인연에 대하여


시 〈그런 소중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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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처럼 다가왔지만

필연처럼 느껴지는 사람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곁에 머무는 사람


난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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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 위를 오래 걷다 보면,

우리는 주변의 인연을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누게 됩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이유 없이 마음에 남는 사람.


이 구분은 일상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기억하는 차원의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인연은 설명할 수 없지만,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우리 마음 깊숙한 곳, 그 어딘가를 미묘하게 흔들어 놓는 존재로 다가옵니다.


번개처럼 찾아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그런 사람, 그런 인연 말입니다.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이상하리만큼 필연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은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어느새 내 곁에 남아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거나 애원하지 않아도, 약속을 증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같은 속도로 내 옆에 서서 인생을 함께 걷습니다.


아무리 밀어내 보아도 떠나지 않고,

보이지 않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거리를 두어도 다시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람.

내 삶이 더 굴곡지고 복잡해질수록, 오히려 그 존재는 더 또렷해집니다. 설명보다 태도로, 말보다 침묵으로 늘 곁에 서 있는 인연, 그런 사람입니다.


나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습니다.

스물한 살, 호주의 밀주라 농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낯선 땅, 거친 햇살 아래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시간 속에서 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뜨겁고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말없이 곁에 서서 서로의 하루를 지켜보는 관계였고, 각자의 꿈을 꺾지 않고 존중해 주는 조용한 연대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우리는 소중한 아들을 낳았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앞서 나서 끌어주기보다 뒤에서 밀어주고, 흔들릴 때는 속도를 맞춰주는 부부로 살아왔습니다.

삶이 버거울수록 더 큰 말 대신 더 깊은 침묵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픔과 고통의 터널 속에서는 말이 줄어듭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조언도, 위로의 문장도 아닙니다. 다만 내 옆에 서서 함께 걸어주고,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면 충분합니다.


나의 속도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 속도에 맞춰 걸어주는 발걸음 하나. 그 걸음걸이 하나면 삶은 다시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시가 말하는 ‘소중한 사람’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자신의 삶보다 내 삶을 더 귀하게 여기고, 스스로보다 나를 먼저 아껴주는 사람. 조건 없이 걱정하고, 계산 없이 남아주는 인연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거창하게 정의하려 합니다.

그러나 삶의 어느 순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진짜 소중한 사람은 증명되지 않아도 이미 증명된 존재라는 사실을요. 오늘 이 시를 읽는 당신 곁에도 말없이 서성이며 당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계신 겁니다.


우린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있습니다.


난 지금

당신 옆에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은 조금 덜 두렵습니다.


그 존재 하나만으로,

오늘 우린 행복합니다.


나, 그 행복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캘리그라피 by 인정 이영애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