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21화.
님
사랑은 말이 되기 전에 숨이 되어 하루를 산다.
살다 보면, 사랑을 말하지 않는 또는 말하지 못하는 방식의 사랑을 우리는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해”라고 내뱉은 문장이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만큼, 그 삶의 전체가 이미 한 사람을 향해 기울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 하루의 방향이,
내 걱정의 중심이,
내 밤의 기나긴 시간들이…
어느새 한 사람의 안부로 정해져 버린 순간.
이 시는 그런 사랑의 모습에서 태어났습니다.
본인의 삶보다 내 삶을 더 귀하게 여겨 주는 사람,
스스로보다 나를 더 아껴 주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사랑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라 바라봄의 태도가 됩니다.
언제 어느 시간이 되었던,
어디에 닿든, 어느 곳에 도착하던,
그 사람의 길을 먼저 헤아리고,
웃음 하나에 하루를 내어주며,
눈물 앞에서는 내 세계가 조용히 무너지는 경험.
이 시는 그런 무너짐을 비극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사랑이 가장 깊어지는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이 작품에 담긴 사랑은 언제나 고요합니다.
크게 말하지 않고, 앞서 나서지 않으며, 소리 없이 기다립니다.
〈님〉
.
.
.
너의 웃음이
나의 세상인 듯
나는 오늘을
너에게 내어주고
네 눈물이
내 마음을 삼킬 때
내 세상은 그 순간부터 부서져
사라져 간다
나는 말할 수 없다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은 이렇게
고요하게 아프다
소리 없이 흐르는
사막의 새벽이슬처럼…
너의 꿈이
아침의 빛을 맞이할 때까지
나는 언제나
고요히
네 곁에서 기다린다
.
.
.
시집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중에서
습기 없고 건조하기만 한 사막의 새벽이슬처럼, 존재하지만 주장하지 않는 사랑.
다만 상대의 아침을 빛내 주기 위해 끝까지 곁에 머물러 주며, 결국 상대의 꿈이 아침의 빛을 만날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랑….
그래서 이 시 〈님〉 속 사랑은 아프지만, 결코 비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픔조차 누군가를 살리는 방향으로 언제나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말합니다.
사랑이란 결국 “함께 숨 쉬는 일”이라고….
너를 위해 준비하는 모든 삶을 위한 한 번의 들숨과,
다시 내일을 위해 존재를 이어 가는 애써 내쉬는 한 번의 날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사랑을 연습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서로에게 전해진 마음,
그 고요한 확신이 이 시의 가장 낮고 단단한 중심일지 모릅니다.
증명하려 하지 않는 사랑은
이미 내 앞에, 또는 당신 앞에
한 번의 들숨과
한 번의 날숨으로
그렇게
사랑이라는 태도로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