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리

질문 행동 책임 침묵에 대하여

by 영업의신조이

1부, 2화.

질문



네 명의 성인을 위한 무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

원형 테이블은 어제보다 조금 더 어두워 보였다.


조명은 네 명의 출연자를 비추기보다는, 그들 각자의 그늘에 깔린 사고를 끌어올리는 쪽에 가까웠다. 바닥의 검은 매트는 낮 동안의 온기를 잃고 차가워져 있었고, 그 차가움은 의자를 통해 네 명의 성인들의 허벅지로, 등으로, 그리고 목을 지나 머리끝까지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질문이란 원래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갑작스럽지 않게, 그러나 피할 수는 없게.

진행을 맡은 여성 사회자는 잠시 무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네 사람은 모두 인류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존재들이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이름을 이 차가워진 무대 위에서 무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숭배를 위한 대화는 이곳에 없었고, 존경 어린 질문이 설 자리는 그녀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오늘의 이야기는 '질문'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단정했지만, 결코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답을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질문이 사람들을 어디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세요.”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깊게 기대지 않았다. 늘 그랬듯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였다. 마치 언제든 일어나 거리로 뛰어나갈 수 있다는 태도였다. 그는 잠시 무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매트 위의 미세한 보풀 하나까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질문은 언제나 발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는 믿었다.


“사람들은 나를 질문하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그가 말했다. 웃음기 없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질문을 좋아한 적이 없습니다. 질문은 늘 나를 위험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들어 객석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얼굴들. 보이지 않기에 더 솔직해지는 얼굴들.


“질문은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발밑을 먼저 무너뜨립니다. 내가 옳다는 확신, 내가 알고 있다는 자만, 내가 괜찮은 인간이라는 믿음부터, 근본에서부터 심장과 머리끝까지 흔들어 놓지요.”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천천히 긁었다. 금속과 피부가 스치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을 싫어합니다. 질문은 언제나 이렇게 묻거든요.

‘정말 그게 너의 진정한 삶이냐’고.”



공자는 그 말을 들으며 미세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질문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질문이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때의 위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공자는 말을 하기 전에 늘 자세를 먼저 가다듬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은 칼과 같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잘 쓰면 살을 가르지 않고도 병을 도려낼 수 있지만, 손이 흔들리면 상대를 다치게 합니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바라보았다.

비판도 동의도 아닌, 오래된 대화를 이어 가는 눈빛이었다.


“나는 질문보다 먼저 관계를 봅니다. 이 질문은 지금 상대를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똑똑함을 증명하려는 것인가. 질문은 진실을 향할 수도 있지만, 상대를 누르는 권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자의 말이 끝나자, 무대의 공기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 무게를 예수가 받아냈다.

그는 등을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피로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 피로는 회피가 아니라 무언가를 감당하고 애써 견디고 있는 흔적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질문으로 서로를 시험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그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관계입니다. 질문이 상대를 향한 사랑보다 앞설 때, 우리는 쉽게 잔인해집니다.”


그는 객석을 향해 손바닥을 조금 들어 올렸다.

누군가의 멱살을 잡기 직전의 손이 아니라, 관계 속 갈등을 말리려는 손길 같았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왜 그런 일을 하는가’,

‘그게 정말 옳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질문에는 답을 들을 마음이 없었습니다. 이미 돌을 쥔 손으로 묻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질문이 사람을 살리려면, 그 질문을 던진 뒤에도 상대와 함께 남아 있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떠나지 않겠다는, 그런 용기 말입니다.”



부처는 가장 늦게 고개를 들었다.

침묵은 그에게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질문은 더 선명해졌다.


“질문은 마음의 방향을 드러냅니다.”


그가 낮게 말했다.


“우리는 묻습니다.

왜 나는 고통받는가.

왜 저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하는가.

그러나 그 질문의 끝에는 언제나 ‘나’가 먼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손을 펼쳤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이었다.


“질문이 집착을 소유하면 고통은 깊어지고, 질문이 깨어남을 향하면 고통은 앎의 통로가 됩니다. 질문이란 결국, 어디를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잠시 정적

.

.

.


사회자는 그 정적을 일부러 깨지 않았다.

질문의 여운은 늘 말보다 오래 남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소크라테스,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세요.”



소크라테스는 웃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조금 지쳐 있었다.


“질문은 지금의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늘 불편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멈춘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사회적 관습으로 유지될 뿐입니다.”


사회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카메라도, 무대도 의식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녀가 말했다.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질문을 하지 않는 삶입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관객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지금 당신이 가장 오래 피하고 있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질문을 계속 피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살아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관성 속에서 그렇게 익숙해진 겁니까?”


조명이 천천히 사라져 갔다.



아무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질문은 그렇게, 네 명의 성인을 테이블에 붙잡아 두고 있었다.


오늘 모두에게

‘질문’은

답을 찾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를 잃을 각오를 하는 순간이 되었다.



4대 성인의 대화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