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하늘이 되어라
내 마음 위로
먹구름이 낮게 지나가고
번개는 한순간
하늘의 살을 갈랐다
무너진 것은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라진 것은
빛의 결이었지
하늘은 아니었다
비는 밤새 내렸고
내 이름은 젖어 흐려졌다
그러나
끝내 남은 것은
비를 다 맞고도
더 넓어 보이는
하늘의
품이었다
어떤 밤에는
불안이 태풍이 되어
잠든 숨을 깨웠고
우박 같은 생각들이
하얗던 마음 위에
사정없이 쏟아졌다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하늘은
제 높이를 잃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뒤에도
제 색을 잊은 적이 없었다
맑은 날조차
하늘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 시원했던 푸른빛도
그 선선한 바람도
높은 가을의 기세도
잠시 스쳐 가는
날씨의 얼굴일 뿐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날씨와 싸우는 일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들이
지나가도록
가만히 서 있는 일
구름이 오면
그 그늘을 보고
비가 오면
그 무게를 듣고
번개가 치면
찢긴 그 순간마저
한 줄 빛으로 기억하는 일
오늘
나에게 건네야 하는 말은
버텨라가 아니다
괜찮아져라가 아니다
하늘이 되어라
너는
비가 아니고
구름이 아니며
천둥도 태풍도 아니다
너는
그 모든 날씨를 지나가게 하고도
제 높이를 잃지 않는 것
제 품을 거두지 않는 것
제 색을 끝내 잊지 않는 것
너는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