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바라봄』
_ 한 사람의 생애
나 태어나
첫 십 년은
부모님의 품만 바라보며
세상은 오래도록
따뜻한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다음 십 년은
친구의 어깨를 바라보며
외로움도 함께 걸으면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음 십 년은
사랑의 눈빛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마음 안에도
다른 이의 한 생을
다 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십 년은
손 닿을 듯 닿지 않는
꿈의 먼 곳을 바라보며
제 그림자보다 먼저
달려가는 날들 속에
살았습니다
다음 십 년은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떠나보내는 일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견디며 배웠습니다
다음 십 년은
건강의 기척을 바라보며
당연했던 숨 한 번이
얼마나 깊은 축복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십 년은
먼저 떠난 부모님을 그리며
세상에 없는 두 분의 미소를
자꾸만 마음속에 불러내다
끝내 울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십 년은
조용히
창밖의 빛이 기울어 가는 것을
오래 바라보다가
지금껏 내가 바라보아 온
모든 것들 너머로
천천히
나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