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어찌도 이리
어찌하여 이토록
움켜쥐려만 했는지
흘러가는 것도
잠시 머무는 것도
본디 내 것은 하나 없는데
나는 너무 오래
지나는 것들마다
내 이름을 적어 두었습니다
내가 입은 따뜻함도
내가 견딘 하루도
내가 누린 평안도
내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젖은 눈빛도
아버지의 묵묵한 등도
바람에 실려 오던 햇볕도
나는 그저
받고
또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나
빈손으로 왔는데
왜 이리 오래
더 가지려 했는지
왜 이리 오래
잠시 기울어 머문 것들까지
내 것이라 불렀는지
사랑도
감사도
용서도
심지어
이 늦은 깨달음마저도
나는 아직
받고만 있습니다
이제는
쥐려는 손보다
놓아주는 손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내 안에 남은
그 따뜻함을
누군가 저무는 저녁에
말없이
.
.
.
놓아두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