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온유
불꽃같은 심장을 지닌
한 마리 야생마가
낯선 손끝 앞에
고개를 천천히 낮춘다
날개처럼 펼쳤던 자유를 접는다
광야의 길에서
모세는 나무 지팡이로
홍해를 갈랐지만
그전에 먼저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려야 했다
갈릴리 언덕 위
가장 높으신 분이
몸을 낮추시어
가장 낮은 자리에 누우셨다
그 온유함은 권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온유는 무기력이 아니다
움켜쥐지 않아도 잃지 않는 손이며
소리치지 않아도
세상의 귀를 여는 침묵이다
무릎을 꿇은 자만이 진정한 힘의 숨결을 안다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자
강함을 다스릴 줄 아는 자
그들은 스스로 낮아지며
함께 걷는 이들의
희망의 빛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