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책상 안에서

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하여

by 영업의신조이

2화.

빛의 씨앗 _ 빛·바람·먼지·물


처음엔 이름이 없었다.

어둠과 빛이 아직 구별되지 않았고, 시간은 숨을 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다만 어디선가 아주 미세한 떨림이 생겨났고, 그 떨림이 온도를 만들었다.


온도가 생기자 빛이 깃들었고,

빛은 스스로를 덥히며 한 줌의 따스함을 낳았다. 따스함은 바람을 불렀다. 바람은 그 따스함을 등에 업고,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떠돌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그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는 것처럼.


바람은 먼지의 무게를 배웠다.

곱디고운 입자들이 서로를 스치며 미세한 전하를 띠었다. 전하는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어느 순간엔 끌어당겼다. 빛이 그 위에 머물자 따스함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수분은 공기 속에서 미세한 물막을 만들어 먼지와 감겼고, 먼지와 물, 빛과 바람이 작게, 아주 작게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아직 씨앗이라 부를 수 없는,

생명이라 하기엔 부끄러울 만큼 연약한 응결이었다. 시간이 거듭되자 응결은 둥글어졌다. 둥글어진 것은 스스로의 중심을 알게 된다.


중심을 알면 향할 곳을 찾는다.

바람은 그 둥근 것을 품고 먼 길을 걸었다.


잠깐의 고요와 긴 흔들림이 번갈아 오갔고,

그 사이사이에 별 같은 미립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는 그것을 우주라 불렀고, 누군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숲의 태라 여겼다.


결국,

바람은 한 덩이의 흙을 만났다. 흙은 아직 흙답지 않았다. 냄새가 없었고, 결이 완성되지 않았다. 바람이 데려온 따스함이 그 위를 덮자, 수분이 모여 작은 물웅덩이가 되었다.


물은 가장 먼저 숨을 쉬었다.

숨이란 드나듦의 예술이므로, 드나듦이 시작되자 생명의 첫 문장이 쓰였다.


먼지와 물이 섞이고,

빛은 그 가장자리에서 떨었다. 떨림은 모양이 되었고, 모양은 무늬를 만들었다.


그 길어지던 무늬 중 하나가 마침내


‘싹’


이라 불릴 만큼의 용기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