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설 연재 04
*육지에서 따로 떨어져 나간 섬, (만수동 주민의 방언)
우리가 표류하게 된 것이 자칫 동네 어르신 눈에 불량하게 비칠까봐 주의를 기울려야만 했다. 진심어린 용기로 우리가 머무를 한 달간의 식량을 구하는 문제가 가장 컷는데 4H회원 청년들이 십시일반 돕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온 게 아니어서 여러 전략이 필요했다. 서울에 가서도 할 일이 태산 같으나 이곳의 청년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동안의 정을 잊지 못하여 부득불 남아서 야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처녀들이 대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남학생들이 인물도 출중하고 성실한 티가 묻어나 품성이 바른 것을 알아채지 않았을까하는 나만의 추축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야학이 끝나는 늦은 밤에도 동네 처녀들은 스머스멀 담장 너머로 쥐가 나들 듯 감자며 애호박, 가끔 말린 생선이벼 보리쌀, 심지어 부모님 몰래 퍼왔다는 밀가루까지 물어 나르기 시작했다.
마을 회관에서 계속되는 야학은 나만이 갖는 땀내 나는 낭만의 그 무엇들로 차곡차고 쌓였다. 작은 봉창으로 내다보이는 노을빛 바다, 밀물이 밀려오면 마을회관 담벼락가지 차오르는 파도소리,
그리고 램프의 불빛을 좇아 날아드는 이름 모를 풀 벌레와 성가시게 달라붙는 모기들 조차 평소와는 다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낮에는 콩밭에서 풀을 메느라 검게 끌린 얼굴들이 반짝이는 눈빛 사이로 우리들의 가슴 속에 흐르는 뜨거운 그 무엇들이 날이 갈수록 끈끈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