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시*섬을 품다 & 시소설* 딴 셈이 연재

by 정숙


ㅡ 나의 시에 대한 변명


남대문 시장 노점상에서 라벨이 없는 옷을 골라 입어야 스타일이 나오는 여자, 궂은 여름날 소낙비 내리는 시장통 골목 비닐 덮게 속에서 비를 피하는 테크놀로지 패션들, 여러 국적의 언어들이 뒤엉켜 소통불능의 판타지 골목에서도 순대 국밥 집 앞에서만큼은 잠시나마 일상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오금을 편 채 기다리는 즐거움, 뜨끈한 국물에 시, 한 사발 말아 허기진 가슴 채우고 나면 육화된 웃음으로 하루치 행복을 너끈히 지불하지요.


ㅡ 저주 받은 행복한 이름


시인의 꼬리표 두 글자만으로도 천상의 노예가 되지요. 오랜세월 묵혀두었던 빨랫감을 이제 막 세탁기에 돌려 탈탈 터는 까칠한 나의 언어들 그 어느 것 하나 세상의 눈부신 햇살과 봄바람에 내다 말리는 나의 노래여!

한갓 흐르는 강물에 떠나 보내고픈 나의 꿈이기에.



ㅡ 에필로그에 대한 소회


풋풋했던 스물 두 살, 그럼에도 가혹했던 나의 청춘이 그립고도 시리도록 아프다. 덧 없이 흘러간 세월이 이토록 뼈가 아려오는 고통으로 나는 황혼을 맞고 있구나. 거동을 멈춘 채 거의 한 달 간의 합창단 활동을 멈추고 있을 때, 단장님이 악보 대신 두 곡의 음원을 보내 주셨다. "김소월 시. 조혜영 곡. 못 잊어 * 베르디 오페라 3막.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곡이다. 10월 11일(토) 여의도 KBS홀 본관에서 정기연기연주회 집중 연습을 알려 오셨다.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200여명의 단원들이 그 많은 곡을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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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아픈 몸으로 일정을 결심했다. 악보를 받아와 특히 "못 잊어" 곡을 연주하며 여러 감정들이 섞여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포기할 수 없는 내 마지막 삶의 히든카드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성음악의 합창단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못 잊어 .......김소월 시. 조혜영 곡 (4부합창)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사노라면~~ 잊으리다~~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러나 또 한 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어쩌면 생각이, 생각이~~

떠 지나요~~ // 못 잊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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