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샘이

시소설 연재 09

by 정숙


딴 셈이

*육지에서 따로 떨어져 나간 섬, (만수동 주민의 방언)



꿈 같은 우리들만의 세상도 이제 마지막 하룻밤을 남겨놓은 채 동네 청년들이 마련해준 송별회는 예사롭지가 얺았다. 아쉬움과 섭섭함 그런 것들을 훨신 뛰어 넘는 간절하면서도 촉촉함이 흘러내리는

그런 분위기 였다.


청년 A는 몹시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존하고 절뚝거리며 마을회관을 찾았다. 며칠 전 우리 일행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변 무인도를 구경 시켜줄 때의 일이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바닷물 속에서 소라를 잡다가 ‘붕치“라는 독충에게 발등을 쏘이고 말았다.

육지의 독사에 물린 정도의 치명적인 독충이며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즉시 물린 부위를 고무줄로 꽁꽁 묶었으니 망정이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에 각자 한숨 돌리며 깊은 한숨 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해초를 뜯어다 지단을 빚어 환부에 치고 미역국을 계속 먹으며 기다릴 수 밖에는 묘수가 없단다. 그 청년의 부모님 뵙기가 여간 죄송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가 그 청년의 집에서 숙박신세를 지고 있었으니 안타까웠다.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고향을 떠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속엔 지난 사십여일 동안의 일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물때를 맞춰 바지락을 캐고, 꽃게를 잡다가 손가을 물린 일, 동네 아이들과 나룻배를 타고 무인도로 소풍가던 날, 꽁보리밥으로 김밥을 정성껏 쌋지만 끈기가 없어 주르르 밥알이 쏟아졌던,


식양이 떨어져 일주일 내내 삼시 세끼를 수제비로 때우면서도 당당하고 행복했던 나날들이 더 없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육지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무서운해일이 이는가 하면 이내 호수처럼 잔잔한 석양에 물드는 서해 비다!


날씨의 변동에 따라 형형색색 변하는 서해바다의 신비로움들, 만수동 골짜기마다 그리고 백사장 모래톱에 나만의 사랑과 꿈을 묻고 떠나야하는 자연의 순리는 그 아무도 거역하지 못한다는 것을.


힘들지만 또 다른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서울을 향해 동네 어르신들과 청년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영목 부두에 다달랐을 때의 일이다.


처녀들이 밤을 새워 동백 가지로 얶어 만든 꽃다발을 남학생들 목에 일일이 걸어주며 눈물을 훔치는 그 연정어린 눈빛과 소박한 섬 처녀들의 아름다움이 뱃고동에 어우러져 모두들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뱃고동을 울리며 서서히 멀어지는 우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그들을 뒤로하고 또 다른 삶과 희망의 꿈을 향해 이곳을 찾았을 때처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뱃길을 떠나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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