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설 연재 08
*육지에서 따로 떨어져 나간 섬, (만수동 주민의 방언)
어느날 나는 동료들을 피해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 전 같으면 바닷가나 숲을 걸을 때 왠지 움츠러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오늘은 마치 높은 산 하나를 넘은 듯한 뿌듯하고 편하고 느긋한 느낌이 들었다.
내개 만악 무슨 일이 일어 난다면 내가 그랬듯이 그도 역시 만사를 재쳐놓고 달려와 줄 것 같은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눈부신 백사장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조개들의 앙상한 뼈들이 억년의 세월을 노래하 듯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물새들의 발자국과 저 멀리 떠가는 통통배, 해송을 스치는 바람소리, 이 모든 것들이 꿈을 꾸듯 평화스럽기만 했다.
작열한 태양이 내리 쬐는 모래사장에서 나는 엎들어 버렸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시 몸을 뒤척여 두 팔을 크게 벌려 큰 대자 모양을 하고 태양을 가득 안았다. 그냥 이대로 바위가 되고 싶었다. 이 꿈을 깨고 나면 생활고와 싸우는 것도 모자라 학업을 계속 이어 나갈수 있을 지.
불투명한 처지를 생각하면 방학이 끝나는 것이 두려웠다. 영영 깨어나지 않는 잠의 늪으로 빠지고 싶었다. 어느새 바다는 낙조가 붉게 물들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노을
색깔이 추하지도 진하지도 않으며 찬란하지도 않고 거세지도 않아라
고고하고 우아하며 정요하고 아름다워라!
고요와 기도와 노래와 시와 외로움의 색깔로 번지어라
내 맘에 착함이 다 하는 날 나는 노을빛 속에 묻혀 잠들 수 있어라!
지금 누군가가 고되고 성스런 하루를 끝내고 정요하고 아름다우며
고요와 기도와 외로움의 색깔로 죽 어 가 고 있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