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셈이

시소설 연재 10

by 정숙



딴 셈이

*육지에서 따로 떨어져 나간 섬, (만수동 주민의 방언)


코스모스 핀 길을 걸어서 출근하는 시골 여학교의 국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나는 또 다시 학업을 중단하고 중등교사자격 검정시험을 준비하던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선풍기조차 없는 자치방에서 치열하게 나 자신을 불태우고 있을 때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안면도 만수동의 마을 문고를 자비로 틈틈이 모아온 200여권의 도서가 잘 도착했다는 편지를 받아들고 청량리 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응시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서 였다. 고등학교때 설악산 수학여행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아름다워서 그 때 꼭, 춘천 근교의 시골 여학교로 근무지를 발령받고 싶어서 였다.

지난 겨울 J는 말 없이 내 곁을 떠났다. 후문에 의하면 후배 누구와 열애중이라고도 했고 입대를 했다고도 했으며 휴학을 하고 대관령에 있는 친척 목장에 목동수업 받으러 갔다고도 했다.


그 때 가끔 생필품 구입을 위해 승언리 읍내 장터으로 갔다 오는 그를 마중 간 적이 있었다. 오솔길을 걸으면서 목장 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으며 초지를 알아보려고 함께 만수동을 헤매고 다닌 적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것은 후문일 뿐 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기차는 춘천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주체할 수 없이 자란 너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나의

외로운 밤들이 스러져 가던 날


바람은 여전히 불고 창 밖에는

밤새 꽃앞이 비에 젖고 있었지


그 투명한 시체들 속에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순 수한 피 한 방울


알 수 없는 물 줄기를 따라

겨울에도 잔디가 푸른

봉분으로 흘러든다


나보다 먼저 나의 무덤으로

떠난 너, 너를 나는 결코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시작 노트) 한창 사회생활의 꽃이던 중년 시절에 우연히 공영 방송에서 하얀 까운을 입은 남자가 여러차레 인터뷔를 하는 것을 처음엔 설마라고 생각는데 그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왠 지 익숙하게 들려와서 확인한 결과 짠돌이 Y 였다. 방송국을 통해 그를 만나게 되었고 4H그룹 회원들에게 인기 짱이던 H와 함께 창업을해서 당시에는 중견화사 였던 그가 현재는 많은 계열사를 소유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내일처럼 고맙고 존경스롭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도 죽마고우룰 만난 듯, 한 동안은 남들처럼 추억담으로 자주 보며 지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J의 안부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 참을 머뭇거리던 Y가 " 그는 혼인신고 잉크도 마르기 전 대학병원에서 의료사고로 하늘 나라로 갔다고 했다" 맹장 수술과 유리 파편 상처가 겹쳐 화근을 키웠다고도 했다. 차라리 물어 보질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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