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가? * 명상일기 시즌 1. 15
ㅡ 당신이 주신 귀한 생명 잘 빌려 쓰고 언젠가는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ㅡ
** 2005. 5.8.
(1)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그랬다!! 저녁해가 뉘엿할 무렵이었다. 무덤덤한 남자들이 차례로 집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킁킁 콧등을 실룩거리며 집안을 살피고는 한 마디씩 내뱉었다. "엄마, 탄내는 아닌 것 같아, 어디서 냄새가 나요, 형! 나는 별로 나쁘지 않은데~ "
연이서 셋째가 들어왔고, 뒤 따라 탁구 동아리에서 돌아온 남편이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며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십 년 만에 겨우 피운다는 행운 목이 우리 집 베란다에서 꽃을 피우다니, 꿈속에서나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되어 행운의 축복을 주시려나?
곰곰이 따져보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일 수 있는데 기대는 욕심일 뿐, 체념을 하면서도 솔솔 기대감이 나도 모르게 풍겨지니 나도 어느새 속물이 된 느낌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무렵 우연히 30년 세월의 물목을 틔우는 우정의 물고 가 터졌다. 어려웠던 학창 시절과 고단했던 청년기를 잘 극복하고 성공한 친구들과 후배들의 소식으로 나날이 행운의 꽃은 활짝 피었고, 베란다에서도 새롭게 꽃대들이 꽃눈을 틔었다.
그러고 보니 장남 베르의 결혼 상견례도 순탄하게 진행되어 혼례 일정은 서강대 대성당에서 본당 신부님을 비롯 세 분의 신부님이 주례를 맡아 주시기로 했다. 경제적 준비가 덜 됐다고 뺑뺑이를 쳐서 연년생의 두 아들이 형 똥차에 깔릴까 봐 등 떠밀어 장가보내는 바람에 쾌히 그 값을 치르기로 약속했다.
오랜만에 문중 산이 매각되어 난데없는 돈벼락을 맞는다는 둥 고향소식에 밝은 시동생이 입소문을 퍼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로 확인되면서 문중에서 가구당 집계가족 1인당 500만 원씩이라며 계좌번호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나머지는 문중이 존재하는 한 각종 행사에 쓰일 재산으로 묶는다고 했다. 삼 형제가 연년생이라 대학도 셋을 한꺼번에 다닌 적이 있어 퇴직 때 학비 대출을 갚고 보니 연금만으로는 절대 부족한 생활비 충당에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막내 비오가 마침 과톱으로 학비를 전액 면제받게 되어 행운의 타이밍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랜 사회생활에 익숙해서 인지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내색을 잘 안 하고 가급적 주위 분위기를 살피는 스타일이지만 이번 일은 마음 놓고 칭찬해 줄 만했다. 형들 한테 치여 제대로 해 준 게 없어 늘 미안했던 마음이 확, 풀릴 때까지 끌어 안으며 등을 다독여 주었다.
ㅡ 천사 나팔꽃들도 다 함께 팡파르를 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