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시베리아에 빠지다 03
침엽수림이 울창한 극동 시베리아 변방,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에만 기대서 살아가는 에벤키족 그들은 이끼를 먹는 순록을 키우며 산다. 절반이 겨울인 탓에 먹잇감이 자라는 삼십년 주기를 좇아 순록을 몰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이 한 생을 완성하는 지구의 떠돌이 별이다.
인간 백세 시대 체크 받아야 존재하는 일상 오늘도 다박다박 날아드는 검진통지서, 전 국민이 환자인 나라
엄살을 부추기는 스펙트럼의 진단서 한 장, 차라리 삶과 정면으로 맞서 진득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깊고 따뜻한 시선이 그리운 까닭은.
에벤키족은 스스로 별이 되는 때를 헤아려 바람처럼 이슬처럼 한 줌 햇살을 머금고 밤을 기다려 우주의 진짜 별이 되기 위해 타이가 숲으로 든다. 홀로 걷고 또 걸어서 소실점에 이르기까지 상여도 상주도 노잣돈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