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이 피었디더

제4부 아버지의 레퀴엠/사돈의 나라 03

by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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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아리고 아팠던 당신의 청춘이 소각된 이곳 만주 땅, 먹먹한 가슴 저미며 봉호동 전적지 가는 길, 사방천지 쑥대밭 풀섶에 지천으로 핀 메꽃 속에 당신이 피었네요. 초근목피 구하러 당신을 따라나선 보릿고개, 달착지근 아린 메꽃뿌리로 허기를 때우던 날, 복통에 시달리는 제게 내민 당신의 손, 터지고 붉어진 뼈마디가 아버지라는 걸.


엄마가 되고 할미가 되고서야 악착을 부리는 제 모습에서 아버지를 읽습니다. 평생 일밖에 모르던 당신의 등골에 숭숭 찬바람 들이치는 줄도 모르고, 제 손톱 밑 가시만 보았던, 밤마다 끙끙 앓는 당신의 가슴앓이가 장송곡처럼 무섭고 싫었던 내 유년의 자동플레이회로가 이 땅에 통한의 피눈물로 끌려다녔을 악몽 속 당신의 절규였다는 것을. 아부지요, 오늘은 메꽃이 참 곱게 피었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