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넘어서

제4부 아버지의 레퀴엠/사돈의 나라 02

by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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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조국의 격동기를 태반으로 이 세상을 노예처럼 살다 가신, 당신의 일그러진 청춘의 그림자가, 어린 제 가슴에 비수로 꽂혀 녹슬고 쓰라렸던 긴 세월. 당신이 생의 끈을 놓아버린 그쯤에서야, 그 것 또한 사랑이었음을.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어린 나이, 생모를 잃고 남모르는 설음에 찌든 당신 삼대독자 옥동자는 허울뿐이었다지요. 객지로 떠돌다 만주로 강제징용 당해 사선을 넘나드는 모진 고통, 온갖 치졸한 핍박에 귀머거리 일자무식 행세를 하며 버텨온 아픈 생의 유전자가


당신의 혀끝에서 변이된 독설, 올망졸망 열 한 식구 입에 풀칠하느라 밤마다 당신의 등골 휘어지는 소리

그 앓는 소리가 버거웠던 시절, 강둑에 서면 어디론가 달아나고만 싶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