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모계사회(母系社會) (1)

진화가 만든 '모계사회'

by ILMer

Intro

나는 MBTI 유형 중 'INTJ'이다. 처음 검사를 해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해 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터넷이나 '나무위키'에 떠도는 MBTI별 특징을 읽을 때마다, INTJ에 대한 설명은 내 모습과 90% 이상 일치해 놀라울 때가 많다. 마치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나는 종종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차림, 주변과의 관계까지도...

그러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뒤차의 경적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찰의 순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 속 장면들, 대화 속의 단어 하나, 책 속 문장 한 줄에서 내가 포착한 생각들, 그 안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나 누군가는 흥미롭게 여길 수도 있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다르다. 오히려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족 구성원중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시기 전에 수저를 먼저 들거나 식사를 마치시기 전까지 자리를 뜨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문 앞에서 맞이하시는 어머니, 각자의 방에 있다가도 밖으로 나가 아버지에게 "다녀오셨어요!"라고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은 TV속 드라마는 물론, 대부분의 가정에서 매일 있었던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분명한 것은 내가 바라본 내 부모세대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부계사회(父系社會)였고, 누구도 이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직접 목격하고 기억하는 내 조부모세대까지도 이것은 동일하다.


과연 나와 내 이후세대는 어떨까? 여전히 부계사회가 유지되고 있을까? 아니면 모계사회로 전환되었을까?

※ 부계사회(父系社會, Patrilineality)는 '가문이나 혈통이 아버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정의하며,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를 '모계사회(母系社會, Matrilineality)'라고 한다.


'생명'은 언제나 '어미'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구에 생명체가 생기고, 세포 분열 수준의 번식 방법을 벗어나 고등생명체가 가지게 된 세대를 잇는 방법은 알을 품거나 젖을 먹이며,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지켜내며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대부분의 역할을 어미가 맡는다.

조금은 거창하지만 곤충 -> 어류 -> 양서류 -> 파충류 -> 조류 -> 포유류로 이어지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생명의 보존과 세대의 지속은 암컷의 본능적 역할에 의존해 왔다. 그리고, 생명을 낳고 돌보는 능력은 단순한 생리적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세대(世代)'를 잇고 근본적으로 '종(種)'을 존속시키기 위한 가장 원초적이며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사진: Unsplash의 Hulki Okan Tabak>

자연을 들여다보면, 이 원리는 너무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간혹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사자 무리의 모습은 그들이 강력한 부계사회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암컷 사자들이 사냥을 하는 동안 수사자는 그저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암컷 사자들이 사냥해 온 먹잇감은 항상 수사자가 먼저 차지한다.

사자무리에서 수사자가 하는 일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봐서는 수사자의 권한이 엄청 막강해 보인다.


하지만, 암사자들이 수사자를 죽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자를 대신해 새로운 리더를 세우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일이 발생한다.

겉으로는 수사자가 사자무리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자 무리의 생존을 결정짓는 힘은 새끼를 양육하고 사냥을 담당하는 암사자들의 협력과 유대에서 비롯된다.


호랑이는 단독 생활을 하지만, 새끼를 기르는 것은 언제나 암컷의 몫이다. 자연에서 어린 새끼들을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고 스스로 자립할 때까지 양육하는 일은 어미로써는 스스로의 목숨을 거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호랑이는 이를 통해 종의 생명을 수만 년째 이어가고 있다.


조금 더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사회는 어떨까?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등 고등 영장류의 사회 구조에서 암컷은 중심이자 연결의 고리다. 특히 보노보는 모계를 중심으로 한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며, 갈등조차도 공격이 아닌 교감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모계사회는 '모든 동물의 진화 그 자체의 본질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체는 수억 년에 걸쳐 이 방식을 선택해 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의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어미를 중심으로 한 생명의 연쇄는 '종(種)'의 유지와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구조였는지 모른다.


즉, 진화는 모계의 본능을 통해 생명을 지켜왔고, 그 결과 대부분의 동물 사회는 ‘어미 중심의 질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우리 '사람'이다.

"인간은 왜? 진화의 본질을 거슬러 어떻게 부계사회를 선택했을까?"


다음 주, '모계사회(母系社會) (2)’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Unsplash의 Elise Janssen>


이전 12화Chapter 5. '갈등과 오해'의 골든 타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