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보다 강한 '시간'의 힘
나는 MBTI 유형 중 'INTJ'이다. 처음 검사를 해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해 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터넷이나 '나무위키'에 떠도는 MBTI별 특징을 읽을 때마다, INTJ에 대한 설명은 내 모습과 90% 이상 일치해 놀라울 때가 많다. 마치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나는 종종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차림, 주변과의 관계까지도...
그러다 신호가 바뀐 것도 모르고 뒤차의 경적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관찰의 순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 속 장면들, 대화 속의 단어 하나, 책 속 문장 한 줄에서 내가 포착한 생각들, 그 안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나 누군가는 흥미롭게 여길 수도 있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다르다. 오히려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얼굴은 ‘타고난 유산’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대칭적인 이목구비와 빛나는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투박한 얼굴선과 평범한 외모를 갖고 출발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젊은 시절 배우들을 보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다시 그들을 바라보면, 나는 그 선명했던 차이들이 희미해졌음을 종종 발견한다.
젊은 시절 절대적인 ‘외모의 정점’이었던 배우들이 있다.
그들의 매력은 타고난 외모와 젊음이라는 자산에 의해 완성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얼굴을 동경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화려했던 외모가 자기 관리의 실패로 급격히 변했다’ 거나 ‘젊음이라는 프리미엄이 사라졌을 때 드러나는 본래의 삶의 습관과 태도’들로 인해 누구나 동경했던 외모가 지금의 시점에서는 그렇게 까지 압도적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더욱이 화려했던 외모의 배우들은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투자(?)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과거의 빼어난 외모를 지키거나 더 나아지는 경우는 아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세월은 이상하게도 간혹 평범했던 얼굴을 더 멋있고 중후하게 만들어 놓기도 한다.
젊은 시절 날카로운 눈매, 각진 얼굴로 주목받지 못해 주로 악역이나 잠시 스쳐 지나는 단역만을 맡아오던 배우가 세월이 흘러 늘어난 주름에 묻혀 날카로운 눈매가 부드러워지고, 나이가 들어 늘어난 체중과 처진 피부가 그들의 얼굴을 더욱 온화하게 보이게 한다.
그 결과, 과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외모가 지금은 오히려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온 궤적의 차이가 없어도 세월의 흐름은 두 사람의 차이를 줄여준다.
큰 눈망울과 짙은 쌍꺼풀이 늘어가는 주름으로 그 아름다움이 묻혀갈 때쯤, 또 다른 눈가의 주름은 작고 쌍꺼풀이 없던 눈을 더욱 커 보이게 하고,
V라인의 턱선이 세월과 중력에 의해 라인을 잃어가지만, 누군가의 각진 턱선은 인공적인 도움이 아닌 세월에 의해 깎여 날카로움이 부드러워지게도 된다.
극단적으로 두 사람의 젊은 시절 외모의 차이가 1 vs. 100이었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차이가 40 vs. 80 혹은 50 vs. 70으로 그 간극은 점점 가까워진다.
타고난 절대적 외모가 바뀌지는 않을 수 있어도 적어도 그들의 차이는 갈수록 줄어드는 게 세상의 이치인 듯 느껴진다.
오늘도 지하철이나 버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70, 80대에 접어드신 노인들, 나는 그분들이 젊은 시절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머리숱이 더 많고, 누군가는 흰머리가 더 많고, 그리고 누군가는 더 좋은 옷을 입었다는 것 외에는 지금 모습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분들과 동년배의 배우들 에게서도 그 차이는 크지 않다.
극단적이던 차이가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것처럼 외모, 특히 얼굴의 수렴은 40대 이후에 급속도로 전개되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이라는 변수에 의해 서로 비슷한 모습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결국, 타고난 외모의 차이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어도 젊을 때처럼 극적인 ‘격차’가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